자영업·가계신용 대출 연체율 심상찮다

한우람 기자(lamus@mk.co.kr) 2023. 1.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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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의 대출 건전성 관리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이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인사업자대출은 물론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확연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권에 손실 흡수 능력을 확충할 것을 주문하고, 조만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당장 KB국민은행은 이 같은 취약 가계대출 차주를 지원하기 위해 연체 이자율 감면 조치에 나선다.

19일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이 0.27%로, 전년 동월 말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2021년 8월 (0.28%)이후 최대치다.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는 전반적으로 역대 최저 수준에서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점차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자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지만 적극적인 재정·금융 지원으로 급한 불을 꺼왔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0.26%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말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역시 0.49%로 전년 동월 말 대비 0.13%포인트 급등했다.

시계열상으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연하다. 통상 연체율은 분기마다 하락세를 나타낸다. 사업보고서를 비롯한 공시에 대비해 분기 결산 과정에서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연체 채권 관리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절성을 감안해 2021년 11월부터 3개월마다 연체율 추이를 살펴본 결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2021년 11월 말부터 지난해 8월 말까지 0.2%에서 안정돼 있다가 같은 해 11월 말에 갑자기 상승했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 역시 지난해 5월 말까지만 해도 0.38%로 안정적이었는데, 같은 해 8월 말 0.42%를 거쳐 11월 말에는 0.49%로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연체율 상승 추세 반전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며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비롯한 건전성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신용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해 자금 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주에 은행권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도 취약 차주들의 신용위험을 낮추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은 '가계부채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가계대출 연체 시 적용되는 연체 이자율을 1%포인트 감면한다고 밝혔다. 연체 차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해 대출 정상화 가능성을 높히겠다는 포석이다.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는 다음달 중에 이를 시행할 방침이다. 다음달 10일부터 신용평가사 5등급 이하 차주의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 상승분에 대해 1년간 이자를 유예해주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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