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법 시행에도 사망자 더 늘어 …'처벌 중심' 규제 손본다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1.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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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1년
작년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
1년전 대비 8명 늘어 256명
현장에선 "오직 처벌만 초점
구체적인 안전지침 매우 부족"

산업 현장에서의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제정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불명확한 법 조항 때문에 오히려 사고 대응 역량이 떨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본격적으로 제도 손질에 나설 계획이다. 19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 사고 발생 현황'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644명(611건)이다.

2021년(683명·665건)보다 5.7% 감소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248명·234건)보다 오히려 3.2%(8명) 늘었다.

고용부는 지난해 말까지 이들 사건 중 52건(22.7%)을 처리했다. 중대재해에 대한 법 위반이 없는 18건은 검찰 지휘를 받아 '내사 종결'했고, 사망 32건과 직업성 질병 2건 등 34건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1건에 대해 기소를 결정하고 1건에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송치 사건을 업종별로 분석하면 제조업 16건(47.0%), 건설업 14건(41.2%), 기타 업종 4건(11.8%) 등으로 파악됐다. 또 전체 송치 사건 중 절반은 '300명 미만'의 중소 규모 기업 또는 '공사금액 120억원 미만'의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렇게 기소 처분을 받은 기업들이 제도에 공감하기보다 법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국내 1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기소' 사례가 된 두성산업은 해당 법의 위헌 요소를 들어 지난해 10월 창원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에어컨 제조 업체 두성산업은 지난해 2월 경남 창원시 사업장에서 노동자 16명이 유해화학물질에 급성 중독되는 중대재해가 발생해 기소됐다. 두성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 등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법을 의식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법이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예방과 관련된 지원이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존 건설 현장 안전에 관여하던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설기술진흥법에 더해 몇 가지 서류와 점검만 늘어나고, 그 외의 변화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 책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무의미한 보여주기식 활동이 늘어나면서 현장의 절대적인 안전관리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 말 기술·산업 변화에 맞춰 안전보건규칙을 현실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규제 평가를 받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신년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과제 중 하나다. 부적합·불합리한 노후 규정을 신속히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비에 대한 안전규정 등이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증대시키는 것은 물론 안전 강화도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을 다수 접수했다"며 "이 같은 문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우선 추진 과제로 삼고 속도를 높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안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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