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社, 美공정자동화에 3조5천억 쏜다
수율 높이려면 자동화 시급
LG엔솔, 오창공장 모태 삼아
1조7천억 들여 자동화 투자
SK온,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삼성SDI는 2400억 장비 발주
수백조 원의 수주잔액을 쌓은 국내 배터리 기업이 공정 자동화에 뭉칫돈을 투입하고 있다.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춰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제품 수율(투입 수량 대비 양품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문제는 해외 공장 수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인력 숙련도를 제고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에 배터리업계는 자동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내 배터리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미국에서만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동화·검사 장비 투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각 사는 지난해 말부터 자동화와 검사 분야 협력사에 발주 물량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새로 공장을 지을 경우 제품 수율은 50%가 채 안된다고 본다. 제품 10개 중에서 5개가 불량이라는 얘기다.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수율은 90% 선이다. 이를 맞추기 위해 신규 공장에서는 본사나 기존 공장의 전문가를 충원해 수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공정 관리 전문가가 가동 초기에 수율을 끌어올려도 이 사람이 떠나면 다시 떨어지는 일이 해외 공장에서는 빈번하다"며 "자동화율을 높여 수율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K배터리 3사의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지멘스와 국내의 LG CNS, 코윈테크, 아바코 등과 협력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공정 자동화와 검사 분야에 투자하는 금액만 1조770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오창 스마트공장에서 검증된 스마트 팩토리를 전 세계 생산라인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또 오창 스마트공장에 '팩토리 모니터링 컨트롤 센터(Factory Monitoring Control Center·FMCC)'도 구축했다. 여기서는 전 세계 생산라인의 영상을 데이터화하고 초고화질 카메라 센서로 품질 검사도 가능하다.
SK온도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만든 합작사(JV)인 블루오벌 공장을 중심으로 1조5000억여 원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자동화 키워드는 '제조 지능화'다. 이는 연구와 제조 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뒤 이를 바탕으로 수율을 끌어올리는 플랫폼이다.
SK온 관계자는 "물류나 공정 자동화는 물론 디지털 트윈, 가상현실(VR) 같은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북미 투자 규모가 작다. 업계는 삼성SDI의 미국 자동화와 검사 장비 발주 규모를 2400억원 내외로 보고 있다.
K배터리 3사는 자동화를 통해 수율을 끌어올린 다음에는 리튬인산철(LFP) 등 바뀐 소재를 활용한 배터리 생산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하반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2025년부터 생산한다.
[송민근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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