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없이…토론하며 수업 만들어가요"
브랭섬홀 아시아 가보니
학생중심 논술형 교육 힘쓰고
3D프린터·목공 등 수업 다양
500여가지 자기계발 활동도
졸업생 95% 세계명문대 합격
올해부터 남학생도 받기로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40분을 달려 브랭섬홀 아시아에 도착했다. 수업이 끝났어도 교실에선 교사와 토론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취미활동을 장려하는 덕분에 학교에는 학생들이 작업한 그림과 조형물부터 발명품까지 전시돼 있었다. 만 3세부터 만 19세까지 전 과정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을 실시하는 만큼 건물은 달라도 한 학교 안에 여러 나이대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제주 유일의 전 과정 IB 학교로 유·초등과정(PYP), 중등과정(MYP), 고등과정(DP)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명문 브랭섬홀의 유일한 해외 학교다. 학생들은 국제적 마인드를 지닌 리더이자 배움을 즐기는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2021년 ISC가 주관하는 인터내셔널 스쿨 어워즈 '올해의 국제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원래 여학교지만 올해부터는 6~7학년 남학생도 받기로 했다.
공교육 대안으로 IB 교육이 부상하고 있다. IB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 중심의 토론·발표형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이다. IB 교육은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탐구 학습 태도를 키우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서로 논의하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브랭섬홀 아시아의 'STEM-V' 교육 프로그램은 과학·기술·공학·수학·시각예술을 의미하는 5가지 과목을 융합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통해 다면적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캠퍼스 내에 위치한 STEM-V 센터에는 관련 수업을 위한 최신 설비로 과학실험실과 3D프린터, 대형 로봇 키트 세트, 목공장 등이 갖춰져 있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이런 다양한 교육을 받으며 복잡한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암기 위주의 평가를 하는 기존 공교육과 달리 교과서도 없는 자유로운 교육 때문에 교사들도 수업 준비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미들·시니어스쿨 국어 과목을 담당하는 신유진 교사는 "교육과정은 있지만 지정된 교과서가 없다"며 "수업이 단순히 배움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 문학작품을 읽더라도 현재 대한민국과 전 세계 사회 이슈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비판적 사고를 하고, 유기 동물 문제와 여성 인권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함께 공부한다.
이런 교육 시스템 덕분에 지난해 졸업생 90명 중 95%가 전 세계 100대 대학교에 합격하는 성과를 이뤘다. 교과 외 활동 프로그램인 'CASE'는 자기계발 등으로 이뤄져 연간 500여 개의 특별활동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수업 이후에도 삼삼오오 모여 지난해 개장한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학교 댄스스튜디오에서 케이팝 춤을 연습하기도 했다.
학생들도 브랭섬홀 아시아만의 교육 시스템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12학년 장세영 학생(18)은 "9학년 때 브랭섬홀 캐나다 본교와 필수로 진행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BHX)으로 캐나다에 다녀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캐나다 본교 학생과 함께한 융합교육(IDU) 프로젝트와 야외 리더십 캠핑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블레어 리 브랭섬홀 아시아 총교장은 "좋은 학교를 만드는 기준은 어느 대학을 가는지가 아닌, 사회에 기여를 했는지가 진정한 평가다"라며 "학생들이 경쟁이 아닌 협동을 통해 다 같이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게 길러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주/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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