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이비리그 여인천하 … 8곳중 6곳이 여성 총장
이집트 이민자 출신 임명
앞서 하버드는 첫 흑인여성
다트머스는 40대 여성 뽑아
여대생 받은지 50여년만에
'禁女'에서 '여인왕국'으로
미국 동부 명문인 컬럼비아대가 경제학자 네마트 미노슈 샤피크를 개교 이래 첫 여성 총장으로 임명했다. 269년간 남성 총장만 임명해온 컬럼비아대가 여성을 수장에 앉히면서 올해 8개 아이비리그(미 동부 명문대) 대학 여성 총장은 총 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컬럼비아대는 18일(현지시간) 런던정치경제대 총장과 영란은행 부총재를 지낸 샤피크를 다음 총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새 총장 임기는 오는 7월 시작된다. 대학 이사회는 샤피크를 "훌륭하고 유능한 글로벌 리더이며, 학계와 그 너머의 세계를 이해하는 인물"이라며 "대학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내야 한다는 사명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샤피크는 미국에서 나고 자라 대학 강단에서만 경력을 쌓은 기존 총장들과는 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왔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에서 학부를 마친 뒤 런던정경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장이던 세계은행에서 승승장구한 그가 최연소 세계은행 부총재 자리에 오른 것은 36세 때였다. 그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영국 국제개발부 사무차관에 발탁됐고, 이후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거쳐 런던정경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컬럼비아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이 다른 모든 것은 빼앗아가도 배움은 뺏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교육을 강조한 가풍을 소개했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대를 이은 화학 박사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샤피크의 어머니 역시 이후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가 교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샤피크 총장은 "매우 다른 관점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사회 화합을 이뤄낼 수 있다"면서 대학이 사회정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컬럼비아대는 지난 21년간 재임한 리 볼린저 현 총장이 지난해 2023년에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새 총장을 물색해왔다. 컬럼비아대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데다 경영학, 의학, 언론학, 법학 분야 등 교육 프로그램이 빼어나 지원자가 많다.
아이비리그 8개 대학 총장 중 여성이 현직이거나 부임을 앞둔 총장 후보자는 총 6명에 달한다. 하버드대 첫 흑인 여성 총장 클로딘 게이, 다트머스대 첫 여성 총장 시안 레아 베일록이 오는 7월 임기를 시작한다. 펜실베이니아대 메리 엘리자베스 매길은 두 명의 전임자에 이은 3연속 여성 총장이다. 프린스턴대와 예일대가 1969년, 다트머스대가 1972년부터 여성 학생을 받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금녀의 문턱'을 넘은 지 50여 년 만에 '여성 총장의 시대'가 열린 셈이다.
여성 총장이 늘어나면서 면모도 다양해지고 있다. 베일록 다트머스대 후임 총장은 40대 인지과학자로, 50·60대가 주류인 기존 총장들에 비해 '젊은 피'다. 클로딘 게이는 하버드대 사상 첫 흑인 여성 총장이자 아이티 이민자 자녀로 눈길을 모았다. '준 아이비리그'인 조지워싱턴대 첫 여성 총장이 될 엘렌 그랜버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11년이나 통신사 '퍼시픽벨'에 근무했던 직장인 출신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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