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예금보험 3.0의 시대

2023. 1.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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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비영어권 영화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개인적으로는 '만추'에서의 서정적 연기에 이어 영화배우 탕웨이가 보여준 치명적인 카리스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헤어질 결심은 연인 간의 관계에서만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금융안정을 위하여 뗄 수 없는 관계인 정부 재정(공적자금)과의 관계도 단호한 결심이 필요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대형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부실화되면서 정부는 168조원이 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야 했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 구조조정은 재정이 투입될 수 있다는 선례가 생성되었다. 1996년 갓 발족한 예금보험기금도 자금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게 된 금융위기로 인해 정부 재정에 의존하여 부실금융회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예금보험 1.0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금융회사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하였다. 금융회사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비판이 고조된 것이 이때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선진 주요국들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자기책임의 원칙과 대마불사에 따른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정부 재정의 투입 없이 금융회사 간 상호부조를 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예금보험제도를 강화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 당시 재정에는 의존하지 않았으나 저축은행 구조조정 비용을 타 업권 계정으로부터의 차입으로 충당하는 한국식 예금보험 2.0을 탄생시켰다.

한국의 예금보험제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혁된 글로벌 기준을 반영하고 저축은행 사태의 교훈을 거울삼아 보다 유인부합적이고 시장원리에 기초한 예금보험제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는 차등보험료율제도의 확장과 예금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금융상품의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또한 금융의 디지털화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피해로부터 금융소비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국민들이 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였다.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금융업권의 자기부담에 의해 사전적으로 부실을 예방하는 지원제도인 '금융안정계정'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2027년으로 예정된 공적기금인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종료를 앞두고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내역을 재계산하여 향후 상환대책을 최종 점검하게 된다. 예금보험기금이 공적자금과 헤어질 준비를 하며 미래지향적 예금보험 3.0 시대로 도약하는 의미 있는 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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