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취업 반복 건설노동 특성…고용 교섭이 ‘채용 강요’라니”

박태우 2023. 1. 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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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찰이 건설업계 노동조합을 상대로 공동강요·공동공갈 혐의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가운데, 노동계가 "건설노동자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건설노조가 건설사와 채용 교섭을 벌이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근로의무 면제시간(타임오프)을 따내는 것을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로 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건설노조는 채용 여부와 세부적인 근로조건 등을 건설사와 협의하는 것을 '고용을 위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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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가 금품갈취라는 경찰 주장엔 “단협 명시, 사실 왜곡”
장옥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위원장(앞줄 오른쪽 두번째) 등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에서 압수수색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찰이 건설업계 노동조합을 상대로 공동강요·공동공갈 혐의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가운데, 노동계가 “건설노동자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건설노조가 건설사와 채용 교섭을 벌이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위해 근로의무 면제시간(타임오프)을 따내는 것을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로 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비롯한 건설산업 분야 노조들은 대규모 공사가 예정된 현장을 찾아 원청 시공사로부터 건설공사를 도급받는 전문건설업체과 협의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건설현장의 공정상황에 따라 얼마 정도의 인력이 필요한지를 묻고, 노조의 상황에 맞춰 조합원 채용 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채용 여부와 세부적인 근로조건 등을 건설사와 협의하는 것을 ‘고용을 위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이라 일컫는다. 근로계약을 맺은 상태인 노동자들이 가입된 노조가 회사에 인력감축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구직자가 포함된 노동조합이 회사와 채용을 위한 교섭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노조활동이라는 주장이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실업자도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노동자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실업과 단기간 취업을 반복하는 건설노동자의 특성상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더 많은 채용기회를 요구하는 것은 노조활동의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건설사와 채용·근로조건 등에 관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타임오프’ 관련 내용도 합의하고 있다. 노조법에 따라 보장되는 타임오프는 일반적인 회사라면, 이미 채용된 노동자에게 노조활동을 위한 시간을 보장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반면 건설노조는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니 공사에 투입된 인력을 바탕으로 며칠치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단체협약 체결의 관행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경찰이 타임오프를 ‘금품갈취’로 보고 수사를 벌이는 것이다. 건설노조 정책실 관계자는 “단협에 명시적으로 규정됐음에도 ‘강요를 통해 갈취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왜곡일 뿐만 아니라, 노조법상 당연히 보장되는 노동조합의 권리”라고 밝혔다. 또다른 건설노조 관계자는 “극히 일부 노조가 건설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타임오프 명목으로 돈을 받아가거나, 건설사에 빠른 공사 진행을 이유로 금품을 받는 개인적 일탈 행위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질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잡겠다며 대대적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오히려 건설사의 불법을 고발하는 ‘눈엣가시’ 같은 역할을 해온 건설노조를 압박하려 한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건설노조가 건설현장에서 다단계하도급 금지나 노동관계법령 준수 등을 요구해왔고 이런 활동이 건설사의 공기 단축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노동법률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건설사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건설노조) 조합원 고용을 차별적으로 배제하려 한다”며 “건설노조의 채용요구를 부당한 목적에서 비롯된 범죄로 몰고가는 것은 건설사의 편에서 다단계하도급을 용인하고 산재발생과 부실시공을 방치하는 일이자, 공권력을 동원해 건설사의 이윤추구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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