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박소담 "유령 이하늬, 땅굴 파던 나를 구원해줬죠"
[파이낸셜뉴스] 서른 갓 넘은 나이니 그 누구도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31살이었던 박소담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개봉한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주연의 영화 ‘유령’은 지난해 1~5월 촬영했다. 촬영 당시 박소담의 컨디션은 유난히 난조였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어디서 그 힘이 펄펄 났는지 연기에 몰두했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마치 땅속에 누군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듯 이내 방전됐다.
‘유령’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소담은 “몸이 아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저 번아웃인 줄 알았다. 정신적으로 내가 힘들구나, 하긴 (데뷔 후 쭉 달려왔으니) 힘들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그의 컨디션 난조를 한눈에 알아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유령’에서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을 연기한 이하늬였다. 극중 설경구와 맨몸 액션도 펼친 ‘에너자이저’ 이하늬는 처음 만난 날 박소담에게 물었다.
“‘소담이 에너지 좋다고 들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라고 물었죠. 그래서 제가 ‘다이어트 하느라 그런가 봐요’ 그랬어요. 촬영 중 목이 찢어지게 아팠는데, 배우들이 늘 먼지 (많은 세트장) 속에서 일해서 그런 줄 알았지, 갑상선 이상 때문인 줄 몰랐죠.”
촬영 후 병원에 갔을 때 박소담의 상태는 상상 이상으로 나빴다. 갑상선 유두암이었다. “암이 임파선으로 전이돼 혹이 무려 10개가 넘게 나있었죠.” 목소리를 잃을까봐 두려움이 엄습했다.
극중 이하늬와 호흡이 좋았다는 말에 박소담은 “그런 반응을 듣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며 “하늬 선배가 많은 것을 내게 줬다”며 고마워했다.
“촬영 당시 내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안 좋았던 것을 미처 몰랐죠. ‘유령’ 홍보 시작하면서 선배님들께 ‘유령’ 촬영할 때 박소담은 박소담이 아니었다’고 했어요. 솔직히 촬영하는 동안 혼자 스스로 의심도 많이 하고, 자책도 많이 했었죠.”
특히 코로나19로 4인 이상 집합금지였던 시기였다. 박소담은 “촬영 끝나고 밥 한번 술 한번 마신 적이 없었다”며 고립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 덕분에 “그동안 내가 선배들에게 얼마나 기대면서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왔는지 새삼 느꼈다”고 돌이켰다.
“특히 이번 영화는 하늬 선배가 촬영장에서 많은 에너지를 주셨어요. 제가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처져서 땅굴 파고 있으면 계속 다가와 끄집어내줬어요. 그러다 하늬 선배의 그 좋은 에너지를 내가 못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죠. 속으로 나 좀 가만히 나두지, 왜 이렇게 시끄럽지, 그런 생각을 하는 제 자신에게 놀랐고 너무 죄송했죠.”
“하늬 선배는 만약 내가 그때 시끄럽게 느꼈다고 말하면, 그때 말하지 그럴 사람이에요. 저뿐 아니라 감독님부터 스태프까지 현장의 모두를 살뜰히 살펴요. 도대체 어디서 그런 에너지를 충전하는지 놀라워요. 저를 마치 엄마처럼 챙겨줬어요. 지금까지도 내 컨디션을 챙겨요.”
그런 이하늬에게 박소담은 물었단다. “‘난 늘 선배한테 받기만 해서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선배가 말했죠. ‘그럼 넌 다른 후배에게 주면 된다'고. 정말 감동받았죠. 만나면 늘 껴안고,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요.”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영화 ‘기생충’에서 부잣집 사모님도 눈 깜짝하지 않고 속여먹었던 당돌한 미대 지망생 ‘기정’ 역할로 월드스타가 된 박소담은 이번 영화에서 도발적 매력을 뽐낸다.
전작인 ‘특송’에서 어떤 장애물도 뚫고 가는 드리프트를 선보였던 그는 '유령'에선 요염함과 함께 서부의 총잡이들 못지않은 사격 솜씨도 뽐낸다. 바람처럼 자유로우면서도 뜨거운 에너지를 지닌 유리코 캐릭터로 극의 온도를 높인다.
“우리 가족들이 되게 객관적으로 평가해요. 그런데 이번 영화 보고 고생 많았겠다고 칭찬해주더라고요. 유리코는 의상만 봐도 너무 화려했죠. 모자에 장갑에 ”투 머치 아니냐“ 걱정할 정도였죠.”
평소에 화려한 차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촬영하는 동안 계속 물었다. “어울리느냐”고. “고맙게도 원래 내 옷 같다고 말씀해주셨죠. 유리코에게 그 화려한 의상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한 갑옷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그 갑옷을 하나둘씩 벗어던질 때마다 희열을 느꼈죠.”
덕분에 촬영이 끝난 지금, 변화가 생겼다. 박소담은 “요즘은 종종 밝은 색상의 옷을 하나씩 입거나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력 넘치는 액션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4kg가 넘는 장총을 들고 달리고 구르며 액션 연기를 펼친다. 특히 영화의 장르를 180도 전환시키는 주역이 바로 박소담이다.
“처음 장총 들고 훈련한 날, 고작 10분 들었는데 손목이 아팠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손목 강화 운동 등 기초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어요. 특정 장면은 액션 스쿨서 원테이크로 갈 수 있도록 반복 연습했죠. 연습한 게 실제 촬영장에서 쓰였을 때 희열이 컸죠. 무술 감독님이 ‘소담씨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말해줘서 엄청 신나게 했어요.”
엔딩 장면에 대한 만족감도 표했다. 그는 “기술 시사에서 하늬 선배와 ”엔딩 뭐야“하면서 감격해했다”고 회상했다. “그 신을 진짜 마지막 날 찍었어요. 하늬 선배와 서로 바라보며 씩 웃는데 뭉클했죠. 하늬 선배가 수배 전단을 액자로 만들어 주셨을 때는, 당신은 진짜 천사인가, 감동이 밀려왔죠.”
박소담은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주 사이 ‘유령’ 후시 녹음을 했다. “유리코의 에너지를 다 쏟아낸 뒤 목소리가 진짜 안 나오더라고요. 검사 결과 폐로 전이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임파선까지만 전이됐고, 수술도 잘됐죠. 수술 6개월 후에는 고음 밖에 안나왔는데, 어떻게 겨우 내 목소리를 찾은 뒤 ‘유령’ 홍보를 하게 됐네요.”
건강은 아직도 100%로 회복된 것은 아니다. 요즘도 호르몬 불균형으로 피부가 뒤집히는 경우가 있단다. “스트레스죠. 지금도 목소리 신경을 잃을 뻔 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두려워요. 이건 절망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의 일이니까요. 이젠 제 목소리를 아끼고 잘 유지하려고요.”
한편으론 “잘 아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전까진 어떻게 쉬는지도 몰랐어요. 여행가는 것도 두려웠죠. 여행도 에너지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 거죠.”
박소담은 투병 덕분에 대학생 때 못 갔던 유럽 배낭여행을 한 달 남짓 다녀왔다. ‘기생충’의 인지도 덕에 현지의 많은 팬들이 알아보면서 “드라마 잘 봤다, 몸 괜찮느냐고 물어봐 줬단다. ”특히 '혼자 왔냐', '일하러 왔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제가 혼자 간 걸 알고 대부분 사진을 찍어주셨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투병은 소중한 사람과 나를 알게 된 계기도 됐다. 그는 투병 덕분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그런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힘든 시기에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요. (조)여정 언니도 늘 제게 에너지를 줘요. 언니는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해요. 그게 내 가슴 속에 박혀서, 나도 앞으로 재미있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하죠.” ‘기생충’은 박소담이 오디션 없이 따낸 첫 배역이었다. 그는 '기생충' 출연 전 자체 휴식기를 갖고 있었다.
요즘은 “이하늬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됐다. “배우 일이 쉽지 않은 순간이 많은데, 이하늬 선배는 내가 힘들 때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언니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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