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짓누르는 대출금리, 더 내린다"...뚝 떨어진 국채 금리

세종=안재용 기자 2023. 1. 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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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올해 한은의 통화정책에 관한 시장과의 소통이 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는 국가별로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3.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국채금리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채 1년물 금리를 제외한 모든 만기(2·3·5·10·20·30·50년)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연 3.5%) 아래로 떨어지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채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 등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142%포인트 내린 3.248%를 기록했다. 한은 기준금리인 연 3.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9월24일 4.548%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기록했던 국채 3년물 금리는 불과 4개월도 안 돼 1.3%포인트나 떨어졌다.

1년물을 제외한 만기의 국채 금리도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국채 금리는 이날 만기별로 △2년물 3.34% △5년물 3.223% △10년물 3.222% △20년물 3.213% △30년물 3.214% △50년물 3.171%를 기록하고 있다. 국채 1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4%포인트 내린 3.532%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아 기준금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는 만기가 짧을수록 금리가 낮고,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경향이 있다. 더 긴 시간 빌려주는 데 대해 '리스크 프리미엄'(위험 감수 윗돈)이 붙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단기국채 금리가 장기국채 금리보다 높은 현재 상황은 이례적이다.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것은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채권시장에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이 금리를 올렸으나 시장은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에 주목했다. 한은은 지난 11월 금통위까지 발표문에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표현을 썼는데 지난 13일에는 금리인상 대신 긴축이란 문구로 수정했다. 한은이 금리인상 뿐 아니라 중립금리 이상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통화긴축으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원 2명(주상영·신성환)이 동결 소수의견을 제시한 점도 금리동결 전망이 확대된 이유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자신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현 수준에서 동결, 나머지 3명이 추가 금리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전망이 어느 한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나 시장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통위원들의 인상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르면 오는 10월 한은이 오히려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물가가 안정되면 한은이 경기와 금융안정을 고려한 정책을 펼칠 것이란 얘기다. 소비자물가가 3%로 초반으로 낮아지면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플러스로 전환돼 과잉긴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제지표가 안 좋게 발표되고 있고 물가상승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로, 빠르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3분기에 한은이 금리인하에 대한 신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더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들은 대출 변동금리를 산정할 때 은행채 금리 또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삼는데 국채금리가 내려가면 이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동안 4%대에 머물던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금리는 지난 11일부터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21일(3.934%)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 18일 전일대비 0.056%포인트 하락한 3.845%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채 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1년물을 제외한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가며 채권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회사채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서 크레딧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연내 인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은 한은도 시장금리 하락에 대해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시장금리 특히 2~3년물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것 보고 잘못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는데 예상했던 바이다"라며 "우리가 발표하기 이전에 시장에서는 최종금리가 3.5%, 3.75%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반 있었고 금통위원 의견을 공개한 후 (기존에) 최종금리가 3.75%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예상을 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한국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크게 높아졌는데 그것이 많이 안정되면서 시장 전반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그에 따라 국채금리도 같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물가가 떨어지고 성장률이 둔화되면 장기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기준금리는 올라도 2~3년 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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