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이용우 “수사 방어에 급급하고, 경제정책은 ‘로빈훗식’ 발상”[위기의 민주당]

탁지영 기자 2023. 1. 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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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제1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존재감을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관련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메신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메시지의 위력도 떨어졌다. 여권이 제기한 ‘방탄 프레임’에 당이 강조해온 ‘민생 제일주의’는 가려졌다.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 계속되지만 시민의 눈길은 야당으로 향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내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 내부 성찰과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1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가 민생 문제에 대해서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활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도부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은 “정정당당하게 임하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출신인 이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에 속해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지도부가 민생을 강조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누구나 알다시피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모든 관심이 가 있다. 민생을 이야기하려면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큰 이야기만 하고 있다. ‘부자 증세, 서민 감세’ 이런 식의 이야기만으로 실생활에 와 닿을까. (이 대표도) 민생을 한다면서 시장에 간다면 거기에서 ‘이 문제는 우리가 이렇게 풀어보겠다’라는 메시지와 장면이 연결돼야 한다. (민주당은) 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수없이 얘기하지만 (시민들은) ‘너희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정부한테도 정권을 빼앗겼나’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실질적으로 한 게 뭐가 있나’라는 불신도 남아 있다.”

-피부에 와 닿는 경제 정책이란 무엇인가.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30조원 규모의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제시한 건 의미 있다. 그런데 그게 내 문제를 푸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배드뱅크 설립, 미분양 주택 매입 등 나열돼 있을 뿐이다. 민주당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비중 확대를 주장했던 만큼 미분양 주택 매입을 통해 청년 기본주택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으로까지 연결돼야 한다. (각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생략된 채 말하면 어떤 맥락에서 의제를 던지는지 모른다. 기본사회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왜 기본사회인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우리 사회가 앞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먼저 던졌어야 한다.”

-맥락이 없으니 뜬구름 잡는다는 뜻인가.

“그렇다. 이 대표 경제 정책의 문제점은 분절화돼 있다. 하나의 체계로 연결돼 있지 않다. 우리당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점은 ‘서민감세, 부자증세’ 이런 발상인데 버려야 한다. ‘로빈훗식’ 발상이다. 민주당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할까’ ‘공동체로 지속하기 위해 늘어나는 비용을 어떻게 부담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속에서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에 대한 답을 갖고 (정부·여당과) 경쟁해야 한다. 이 대표 본인이 지난 대선 후보 당시 ‘대전환의 시대’를 수없이 말하지 않았나. 그런 프로젝트를 하나씩 구체화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런 것 없이 검찰 수사 방어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민생경제특위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법안은.

“기업 회생과 개인의 신용 회복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던져야 한다. 각 절차를 신속하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니 서민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를 어떻게 공급할까, 그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까에 대해서도 집중해야 한다. 국제 경제 관계가 변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 구조는 어떻게 변환해야 할까, 미국 또는 중국과의 관계 등을 논의해야 한다.”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했다.

“잘한 것이다. 혼자 출석하겠다고 한 것도 잘한 것이다. 나가서 소명하고 증명하면 된다. 다른 건도 정정당당하게 떳떳하게 해야 한다. 저쪽(검찰과 국민의힘)에서 건 프레임을 벗어나는 방법은 정공법이 제일이다. 당에선 ‘김건희 수사하자’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주가조작 수사는 필요하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선고가 다음달에 나온다. 판결문을 보고 하면 되지 벌써부터 앞세우면 이상해진다.”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주장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 입증되지도 않았고 정치탄압적인 것도 있다. 내려놓아야 한다, 말아야 한다 말할 단계도 아니다. 정치에서 모든 건 국민이 판단한다. 정치인이 쉽사리 판단하고 규정하는 건 잘못됐다.”

-비상대책위원으로서 당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이 대표 체제를 평가하자면.

“지금 지도부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당원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은 한편으로 맞지만 한편으론 틀리다. 정치인은 당원의 대리인이 아니라 대표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분출하고 그걸 조율해서 공약수를 만들어 나가는 게 지도부다. 중도층 등 여러 계층이 내 목소리가 저렇게 반영되는구나 하는 공감대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부르는 은어)이니 하면서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리면 지지 기반이 자꾸 왜소화된다. 지도부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받아안아야 한다. 그게 이 대표를 지키는 길이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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