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한우값, 떨어졌다는데…소비자는 왜 “비싸다” 한숨쉴까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명절마다 인기 선물로 꼽히는 한우의 가격이 그간의 고공행진을 끝내고, 올해 설에는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고물가 시대이지만, 한우 가격은 최근 산지 가격 폭락으로 지난해 설에 비해 소폭 저렴해졌다. 산지에서는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한우 가격이 폭락해 걱정이라는 아우성이 크지만, 정작 소비자는 여전히 큰 폭의 하락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산지와 소비자의 온도 차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19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암송아지(6~7개월) 산지 경매가격은 17일 기준 203만9000원, 숫송아지(6~7개월)는 293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5%, 34% 떨어졌다. 반면 한우 등심(1등급) 도매가격은 1㎏에 5만6126원으로 같은 기간 17.3% 하락했고, 소비자가격은 9만8590원으로 12.3% 하락에 그쳤다. ‘산지-도매-소비자’ 순으로 가격 하락 폭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 한우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육두수가 급증하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경기침체로 소비자는 한우 소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 산지 가격 폭락은 이달 경북 예천의 한 한우 농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상황은 다르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크게 오른 한우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고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그간 오름폭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 17일 기준 한우 등심(1등급·1㎏) 소비자가격은 9만3617원으로 최근 하락했다는 가격보다도 낮았다.
산지 경매가격 폭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이 여전히 높은 것은 무엇보다 소의 특성상 이후 단계에 필요한 도축비·인건비·물류비가 모두 오른 영향이 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고기의 유통비용률은 2021년 기준 48.1% 수준이다. 아울러 소 한마리 도축시 지육은 60~65% 수준이고, 인기부위인 등심은 실제 판매할 수 있는 부분이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산지 소값 하락 폭이 소비자가로 그대로 이어지기는 힘든 구조인 셈이다.
더욱이 국제유가 시세가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것처럼 한우 가격도 마찬가지다. 한우 도매 가격이 오른다고 바로 반영하지 않는 것처럼, 하락한다고 바로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대세적인 하락 추이는 따라가지만 기존 재고 물량 등으로 약 한 달 가량 뒤늦게 반영된다”며 “중간 도축비, 인건비, 물류비 감안 시 정육점 등 소매점에서는 가격 인하 체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매달 발표하는 ‘축산물 소비 정보 분석 결과보고’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한우 구매처는 정육점이 25.4%로 가장 많았고 ▷대형마트(21.7%) ▷농·축협(19.7%) ▷슈퍼마켓(18.6%) 순이었다. 대량 매입·직매입 구조를 통한 물류비 절감, 인건비 절감 등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소규모 정점은 가격 인하 여력이 더 낮다.
한우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 보니 가성비가 좋은 수입산 소고기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국내 수입은 전년 대비 2.8% 상승한 25만6910t으로, 전체 소고기 수입량 중 54.1%를 차지한다. 호주산도 30%대로 뒤를 잇고 있다. 수입산 소고기 구매처는 대형마트(51.7%)과 슈퍼마켓(25.2%)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한우 소비 감소와 수입산 소고기의 공세 등으로 더욱 수세에 몰린 한우 농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하며 전국적인 소 반납 투쟁까지 예고한 상태다. 전국한우협회는 ▷한우암소 시장격리 ▷군급식 확대 ▷소비자유통개선 지도·점검 ▷사료값 인상분 차액지원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우협회는 “2012년 소값 파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런 추세라면 2025년 한우농가수는 반토막이 날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우수급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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