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연구'에 헌신한 일본 학자 오무라 마스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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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학'을 사랑하고 '조선 문학'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는다는 오직 하나의 목표로 뭉쳤다."
오무라 마스오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가 1970년 창간한 잡지 '조선문학' 창간호에 실린 문장이다.
고인은 자신의 연구 분야를 '한국 문학'이 아닌 '조선 문학'이라 불렀다.
고인은 중국 근대사와 문학을 연구하던 1950년대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조선 문학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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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 이념 넘은 '조선 문학' 연구
"'조선 문학'을 사랑하고 '조선 문학'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는다는 오직 하나의 목표로 뭉쳤다."
오무라 마스오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가 1970년 창간한 잡지 '조선문학' 창간호에 실린 문장이다. 한국 근·현대문학 연구에 헌신한 오무라 명예교수가 지난 15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19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윤동주 시인을 깊이 연구했다. 윤동주 관련 논문과 책을 10편 넘게 냈다. 1984년 중국 지린성 룽징의 야산에 방치돼 있던 윤동주 무덤과 비석을 찾아내 세상에 알린 것도, 윤동주의 육필 원고를 발굴해 새로 빛을 쪼인 것도, 윤동주가 숨진 후쿠오카 형무소에 시비를 세우려 애쓴 것도 고인이었다. 생전의 고인은 윤동주를 '동주'라고 부르곤 했다.
한국의 윤동주 연구는 고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오랜 기간 환영받지 못했다. 남한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에서 활동한 문인들까지 연구한 것이 밉보인 이유였다. 윤동주 시인의 묘를 발견했을 때도 한국 문학계는 '하필 일본인이 윤 시인의 묘를 발굴하다니'라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고인은 1973년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한반도는) 내 조국이라 부를 순 없지만 사랑하는 대지"라고 부를 정도로 조선 문학을 사랑했다.
고인은 자신의 연구 분야를 '한국 문학'이 아닌 '조선 문학'이라 불렀다. 문인들의 이념, 출신 배경, 활동 지역 등을 가리지 않고 연구한다는 의미였다. 한반도 분단 이후 일본에선 '조선'이 남북한을 합한 한반도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고인은 중국 근대사와 문학을 연구하던 1950년대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조선 문학에 반했다. 일한 사전이 제대로 없던 시절이라 재일동포들을 찾아가 조선어를 배웠고, 개화기와 식민지 시절 한반도에서 활동한 문인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는 와세다 대학에서 조선어 강의를 맡았다. 당시 일본에선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등 일제강점기 시인들의 시 세계를 가르쳤다.
고인은 전후 한국의 사정에도 관심이 많았다. 1975년 와세다대 재학 시절 고인의 강의를 들은 재일동포 2세 정강헌씨의 회고.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1974년 김지하 시인의 사형 판결 등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본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군사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민주화 투쟁을 지지하려는 일본 지식인들이 많았고, 오무라 선생님도 수업을 통해 이런 내용을 알렸다." 정씨는 "오무라 선생님 덕분에 윤동주의 '서시'를 지금도 외울 수 있다"고도 했다.
조선 문학에 대한 고인의 열정은 2000년대 들어서야 한국에서 제대로 인정받았다. 2016, 2017년 소명출판이 '윤동주와 한국 근대문학' '식민주의와 문학' 등 그의 저작 6권을 모두 발간했다. 2018년엔 한국문학번역상을, 지난해엔 연세대 용재학술상을 받았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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