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오빠, 남친 쓰면 처벌?…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
"北 사상·제도·문화를 수호하는 법적담보 마련에 실천적 의의"
자기야 등 남한식 호칭 단속 "부름말로 동지, 동무 즐겨 써야"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에 이어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제정했다. 17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밝힌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취지는 "언어생활 영역에서 비규범적인 언어 요소들을 배격하고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가는 것"이다.
특히 법안 논의 과정에서 "북한의 사상과 제도,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담보를 마련하는데서 실천적 의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의견들을 법안 조문에 반영했다고 한다.
북한의 사상·제도·문화를 수호하는 맥락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했다는 애기이다. 주민통제라는 측면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나 청년교양보장법과도 취지가 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화문화어'는 북한의 표준말이다. 지난 1966년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 나갈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김일성 담화를 계기로 서울 표준말에 대응해 '문화어'를 북한의 표준말로 제정했다. 민족어의 정통이 평양 표준말에 있다는 선언이다.
따라서 이번에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한 것도 무엇보다 서울말의 유입을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 식 말투가 퍼지다보면 반동사상처럼 체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인 셈이다.
2021년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청년층을 상대로 '남친', '쪽팔리다', '오빠야', '자기야'와 같은 남한 식 호칭과 말투를 사용하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의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 문화가 북한 주민들에 유입되면서 남한 식 말투가 자연스럽게 북한 청년 층 속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단속대상에는 남한 식 말투만이 아니라 미국식 외래어 등 '자본주의 날라리 풍'에 해당되는 모든 말투와 행동이 대상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몸차림에서 기본은 옷차림과 머리단장"이기 때문에, 청년층의 장발도 단속 대상으로 알려졌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 소식을 전한 19일 노동신문에는 "말과 행동을 문화적으로, 도덕적으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무엇보다 호칭을 강조했다.
"'동지', '동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부름말"이고, "우리 인민 모두는 일심단결로 뭉쳐진 하나의 대가정속에 사는 한 집안 식솔이며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기 위하여 고락을 함께 하면서 기적과 혁신을 창조해 나가는 혁명동지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서로에 대한 사랑과 존중의 감정이 구현되도록 '동지', '동무'라는 부름말을 즐겨 써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강조는 남자친구를 '남친'이나 '자기야'로 부르고, 남편을 '오빠야'로 호칭하는 북한 청년 세태를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사람을 사형에 처하는 등 명확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따라서 평양문화어보호법도 처벌 조항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 주민들의 언어생활을 실제 단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말이 오간 휴대폰을 검사하거나 일상생활에서의 고발을 토대로 북한 당국의 단속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에 대해 "법의 내용이 밝혀지지 않아 현 단계에서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사상과 제도,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담보를 마련하는데 실천적 의의가 있다'는 (보도문의) 표현 등으로 볼 때 사회 통제를 전반적으로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교진 SPN 북한분석실장은 "북한이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고 2021년 9월, 최고인민회의 청년교양보장법을 채택함으로 사상통제를 더욱 강화했는데, 이번에 채택된 평양문화어보호법도 그 일환"이라며 "모든 사투리를 없애고 평양말로 통일시키겠다고 선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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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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