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안전운임제를 '표준운임제'로 바꾸면?

채신화 2023. 1. 19. 1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주 처벌조항 없앤 '표준운임제' 논란
가이드라인으로 충분 vs 운임 보장 불가능
공정위 검찰고발도…혼란의 화물운송시장

화물운송시장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의 원인이었던 '안전운임제'가 또다시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화물연대는 제도의 영구 시행을 원했으나 정부가 사실상 폐지를 제시했거든요. 여기에 공정위가 총파업한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치열한 '2차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화주 책임 완화한 '표준운임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 공청회를 열고 '표준운임제'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기존의 안전운임제를 개편한 것으로 그 성격이 확연히 달라 사실상 '안전운임제 폐지'로 보이는데요.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을 막기 위해 화물 차주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일종의 '최저임금제' 개념입니다. 

화물 운송은 '화주→운송사→화물 차주'를 거쳐 이뤄지는데요. 화주는 운송사에 화물운송을 의뢰하면서 '안전운송운임'을 지불하고요. 운송사는 여기에서 수수료 등을 떼고 화물 차주에게 '안전위탁운임'을 지급합니다.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료에 따라 최종적으로 화물 차주가 가져가는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죠. 화주와 운수사업자에게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불할 경우 과태료 500만원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해 3년 일몰제로 시멘트, 컨테이너 화물부터 도입했는데요. 지난해 일몰 기한이 다가오자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영구 시행) 등을 주장하다가 11월 16일간 총파업을 시행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달 20일부터 화주·운송사·화물차주가 참여하는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를 구성해 안전운임제 개편을 논의했고요. 

그 결과 안전운임제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제도 개편을 제시했습니다. 제도 도입 이후 화물차 사고나 사망자수가 오히려 증가했고 화주에 대한 처벌도 과하다고 본건데요.

아울러 운송시장의 소비자인 화주에 책임을 물으니 운송사-차주간 계약 관계가 사실상 화주-차주간 갈등 관계로 변질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1년(2021년11월~2022년11월)간 총 세 차례의 집단운송거부가 있었고요. 

표준운임제는 운송사-차주 간 운임은 강제하되 화주-운송사 간 운임은 강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매년 공포하기로요.

화주에 대한 처벌 규정도 삭제했습니다. 시정명령부터 내린 뒤 과태료를 점차 올려서 부과하는 방식으로 제재하고요. 다만 화주와 차주가 직계약 한 경우는 시정명령을 거쳐 화주에게 과태료를 내게 했습니다. 

표준운임제를 적용받는 차주의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요. 기존 안전운임제와 마찬가지로 시멘트와 컨테이너 품목부터 3년간 일몰 적용할 예정입니다. 

"을(乙)끼리 싸움" 반발…'2차전' 예상

정부의 '표준운임제' 발표에 화물운송 업계는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제도가 화주에게 유리하게 개편됐기 때문이죠. 사실상 가장 '갑'의 위치에 있는 화주만 처벌 조항을 삭제한 것도 그렇고요. 

표준운임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도 운송사와 차주의 비율이 높다는 화주 측 불만을 반영해줬거든요. 위원회 구성은 공익위원 4명, 화주대표 3명, 운송사 대표 3명, 차주 3명에서 공익위원 6명, 화주 3명, 운송사 2명, 차주 2명으로 바꾼다는 방침입니다. 

화주의 우월적 지위가 커질수록 운송사와 차주의 부담도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가령 화주가 담합하면 운송사가 적정운임을 받지 못할 수 있고요. 그렇게 되면 운송사 또한 차주에게 법정 위탁운임을 지급하기 어려워지겠죠. 

화물운송 업계에선 "을(乙)끼리 싸움을 붙인다"며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물연대 측도 공식 성명서를 통해 "최초 운임 지급자인 화주의 운임을 강제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화물노동자(차주)에 대한 운임을 보장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고요. 

그러나 정부의 전망은 전혀 다릅니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기존 안전운임제에 대해 "기업 간 거래를 할당해서 이윤까지 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울러 컨테이너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도 운임이 100만원 될까말까 한데 화주의 과태료가 500만원인 점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화주가 운송사에 주는 운임은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공표하고 차주의 운임은 지키게끔 하기 때문에 당분간 (기존 운임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측의 입장차가 팽팽한데요.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려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 난항이 예상되고요.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화물연대를 지난해 총파업(2022년 11월24일~12월 9일)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하면서 정부와 운송업계간 갈등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