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겼던 포항제철소 내일 완전 정상화...140만명이 일군 135일의 기적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심장 포항제철소가 다시 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본 지 135일 만이다. 침수 당시 완전 정상화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암울한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140만명이 투입돼 반년 만에 정상화를 맞게 됐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7개 전 압연공장 복구를 완료하고 20일부터 완전 정상 조업체제로 돌입한다고 19일 밝혔다. 전 공정 가동 정상화로 포항제철소의 생산·출하량 역시 수일 내 힌남노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6일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포스코는 지난해 연말까지 15개 공장을 복구한 데 이어 19일 도금CGL공장과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을 차례로 복구하는 데 성공하면서 제철소를 완전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기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침수 초기 제철소를 다시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포스코뿐 아니라 포스코그룹 임직원 등 연인원 140만여 명이 투입돼 헌신적인 노력과 명장 등 전문 엔지니어들이 반세기 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정비 기술력이 더해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포항제철소 직원들은 물론 광양제철소, 서울 포스코센터, 그룹·협력사 임직원들이 주말·밤낮없이 제철소 정상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명장들을 중심으로 흙탕물에 잠겼던 각 설비들에 대한 정비 작업이 진행됐다. 최대 170톤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들의 경우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대외 평가와 달리, 직원들이 직접 분해·세척·조립해 정상화에 물꼬를 텄다.
대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민·관·군뿐 아니라 지자체·고객사 등도 힘을 보탰다. 소방청과 지자체에서 대용량 방사시스템, 소방펌프, 살수차 등을 지원했고, 해병대를 비롯한 군도 병력을 투입해 복구를 도왔다. 고객사들도 복구 장비는 물론, 간식과 물품 지원에 나섰다. 경쟁사인 일본제철·현대제철 등도 제품 지원과 토페도카(쇳물운반차)를 지원했다.
제철소 핵심 공장인 2열연공장의 경우 압연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모터 드라이브 15대 중 11대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인도 JSW가 자사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이던 설비를 포스코에 선뜻 내주며 복구 일정을 크게 앞당길 수 있었다. 이번 지원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으로 함께 활동하는 샤단 진달(Sajjan Jindal) JSW 회장의 협조를 직접 끌어내 가능했다.
포스코는 복구와 동시에 고객·공급·협력사에 대한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마련했다. 수급 불안감 해소를 위해 광양제철소 전환생산, 해외 사업장을 통한 국내 제품 수급, 타 철강사 협업 공급 등을 실시했다. 또한 '철강ESG상생펀드' 및 '상생협력 특별펀드'를 재원으로 25개 수해 피해 기업들에게 437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으며, 이와 별도로 24개 협력사에 대해 202억원의 신규 설비 구매자금을 지원 중이다.
지난 10일 복구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인 포항제철소를 찾은 최정우 회장은 "단 한 건의 중대재해 없이 포항제철소 조기 정상화를 이뤄낸 임직원들 모두가 포스코의 자랑스러운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포스코를 응원해주시고 지원해주신 정부·지자체·국민 모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며 "국가 경제 활성화에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파트너들과 함께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성공적인 복구 대장정을 통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련을 새로운 희망으로 바꿨다"면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포항제철소 건설을 완수했듯,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복구를 통해 제2의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직원 모두의 일치된 열정과 위기 극복 DNA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포스코는 정상 가동 설비를 대상으로 생산 안정화 및 효율성 향상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민관합동 철강수급 조사단의 권고에 따라 재난 대비 체계를 보완할 예정이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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