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내만으론 안돼, '나는 고양이'라고 믿어야 배우
1986년부터 작품에 합류해
배우들이 고양이 연구하고
두달간 고강도 훈련 거친 후
직접 수염 그려 분장하면서
빙의된 것처럼 연기하게 도와
"동물적 움직임 체력소모 커"
40년 넘도록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캣츠'가 부활한다. 오는 20일 세상에서 가장 끼 많고 매력적인 고양이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시대를 초월한 '캣츠'의 매력은 실제 고양이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연기와 분장, 기발하고 신비한 무대 디자인, 감동의 넘버 등 다채롭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고양이와 혼연일체된 모습으로 무대를 날고 기는 배우들의 안무다. 오리지널 안무가인 고(故) 질리언 린과 함께 '캣츠'의 글로벌 프로덕션 안무와 연출을 이끌어온 크리시 카트라이트를 서면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 등 많은 일이 있었고 '캣츠' 오리지널 내한공연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돌아올 수 있어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작품 속 배우들은 공연 전후를 통틀어 '나는 고양이'라고 믿고 완벽하게 고양이로 빙의해 살아간다. 연기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분장 메이크업을 완성하고 각자 캐릭터에 맞게 배정된 향수를 사용하는 전통까지 있을 정도다.
카트라이트는 "메이크업은 초반에는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자신감이 생겨 익숙해지면 점점 시간이 단축된다"며 "안무가로서 배우들에게 고양이에 대한 연구를 해와 달라고 부탁하고 독특한 디테일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고양이는 차갑기도 하고 예측 불가이기도 해요. 고양이를 맡은 배우들이 인간에게 과하게 친절하기보다 도도하길 권하는 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양이가 인간에 대한 경계를 풀고 점점 친근하게 대하기 시작하죠."
수많은 고양이 캐릭터를 위해 각기 다른 강점을 지닌 배우들이 합류했다. 세계적인 디바로 불리는 조애나 암필이 한때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그리자벨라 역을 맡아 호소력 짙은 '메모리'를 선보인다. 인기가 많고 장난스러운 럼 텀 터거 역에는 187㎝ 장신의 웨스트엔드 출신 배우 잭 댄슨이 출연한다.
'캣츠' 배우들은 5~6주에 달하는 리허설에서 고양이로 변신하고 무대 위 10일간 최종 리허설까지 마치는 과정을 거친다. 동물적인 유연함과 감각, 역동적인 안무와 고난도 넘버를 모두 체득하려면 육체적, 정신적인 노력을 쏟아부어야 해 '뮤지컬계 철인 3종'으로도 불린다.
카트라이트는 "복잡하게 짜인 공연의 보컬과 어려운 안무를 배워야 하고, 이야기를 풀어낼 때 그 모든 요소를 합쳐야 한다"며 "공연을 하기 위해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캣츠'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내려와 교감을 나누는 젤리클석을 5년 만에 되살렸다. 고양이 캐릭터를 눈앞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캣츠'만의 묘미로 여겨졌으나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동선을 줄인 채 진행해왔다. 카트라이트는 "공연에서 관객과 함께하는 그 장면을 꼭 유지하고 싶었다"며 "모두의 안전을 위해 분장팀이 마스크를 고안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공연 초반이었던 1986년부터 '캣츠'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오리지널 안무가였던 질리언 린이 카트라이트의 작품을 관람한 뒤 함께 일하자며 제안을 건넸다. 카트라이트는 "처음에는 그 일을 맡지 않으려 했으나 고맙게도 질리언이 나를 설득했고, 그 뒤 일은 모두가 아는 역사가 됐다"며 "공연에서 내가 맡은 일을 정말 사랑한다"며 애정을 표했다.
남녀노소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이 친숙한 작품이지만 '캣츠'가 공연계에서 지니고 있는 의미와 상징성은 남다르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라는 거장이 만나 1981년 초연된 이후 전 세계에서 흥행 신화를 이어왔다. 국내에선 1994년 예술의전당 초연을 시작한 이래 한국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200만 관객을 달성했다.
한 공연이 이토록 오랜 세월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카트라이트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훌륭한 음악과 질리언 린의 뛰어난 안무, 존 네피어의 획기적인 디자인이 모여 공연계의 역사를 다시 써낸 것"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우리 작품이 항상 사용해온 'Now And Forever(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라는 문구처럼 10년 후에도 '캣츠'가 사랑받으며 공연되길 희망해봅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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