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공격 지원 검토”…미국 우크라 지원, ‘선’ 넘어가나
평화협상 우위 점할 대담한 조치 평가에
러, “크름반도 공격시 새로운 차원 보게될 것”
미국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성지’인 크름반도 공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 공격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이 같은 태도가 누그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몇 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크름반도를 공격할 필요성이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수긍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관리들을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과 브래들리 장갑차 등 미군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점령지 마리우폴·멜리토폴과 크름반도를 잇는 육로를 공격하는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크름반도 강제병합을 자신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여겨왔다. 2021년 강제병합 7주년 기념 연설에서는 크름반도를 ‘성지’이자 ‘러시아의 정신적 통합의 중심’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는 크름반도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크름반도 남서쪽 세바스토폴은 발트해 연안의 칼리닌그라드,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단 세 곳뿐인 러시아의 부동항이다. 지난해 침공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신속히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크름반도에 주둔 중이던 러시아 병력 덕분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 공격을 지원할 경우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해 보복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크름대교가 폭파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12곳에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바 있다.
크름반도 이외에도 러시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전략적 목표물들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확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크름반도를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미국의 기존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장악력을 뒤흔들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향후 평화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또 미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해 보복할 가능성도 이전보다 낮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 내 러시아 공군기지, 지휘부, 군함을 공격했을 때 러시아의 보복 수위가 생각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NYT는 “(크름반도 공격 지원 검토는)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가 취해온 가장 대담한 조처가 될 것”이라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 변화는 스팅어 지대공 미사일 지원 여부를 공식화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던 전쟁 초기와 비교해 미국이 전쟁에 얼마나 깊숙히 개입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미국 정부가 크름반도 공격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또 다시 핵 위협을 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공격하는 것은 분쟁이 유럽 안보에 좋지 않은 새로운 수준으로 격화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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