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 부대 동계 종목팀 부활, 한국 남자 동계스포츠 사활 걸렸다[기고]

하웅용 한체대 교수 2023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대한민국선수단 부단장 2023. 1. 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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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U대회에 참가한 대한민국 남자 컬링팀이 영국과 경기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필자는 지난 1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미국 뉴욕주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에 한국대표팀 부단장으로 참가하고 있다. 대회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대표단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을 획득하고 있다.

본격적인 메달사냥은 쇼트트랙이 시작되는 오는 19일부터 펼쳐질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획득한 메달은 스노보드 이민식의 금메달과 스피드 남자 단체추월 은메달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자선수가 획득했다.

우리나라 동계종목 여자선수의 경기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정상급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남자선수의 경기력은 다소 저조한 편이다. 남자선수들의 경기력 저하에 관해 이곳에서 지도자들과 논의해보았다.

그들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바로 병역문제 때문이란 것이다. 동계종목 남자선수들은 병역의무로 인해 선수 생활이 단절되기 때문에 경기력이 좋아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즉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尙武))에 동계 종목이 없으므로 남자선수들이 운동을 지속할 수 없어 경기력 저하는 어쩌면 당연하다는 얘기였다. 과거 상무는 남자선수들에게 경기력을 유지하며 병역을 마칠 수 있게 해주는 곳이었다. 남자선수에게 상무는 선택이 아닌 꼭 거쳐야 하는 필수 목적지다.

그렇게 중차대한 역할을 맡은 상무에 지금은 동계종목 팀이 한 개도 없다는게 의아했다.

과거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무에 동계종목 팀이 존재하다가 해체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던 정부는 2012년 아이스하키, 빙상경기, 스키팀을 상무에 재창단했다. 상무에 동계종목 팀이 창단되었다는 것은 남자선수들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종료 다음 해인 2019년, 상무의 동계종목 팀은 해체됐다. 애초부터 동계종목 팀은 올림픽 성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팀 해체에 관해 상무는 “한정된 예산으로 다른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기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상무 동계종목 팀의 운영은 대부분 각 경기단체와 각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정부도 평창올림픽이 끝나자 동계종목 경기단체의 요구를 외면했고 지금은 관심조차 없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빙상 스피드 스케이팅의 오상훈(고려대 3학년)은 “이미 동료는 모두 입대를 한 상황이며 저도 이번 대회 이후에 병역을 결정해야 한다”며 말을 이었다.

“상무에 동계종목 팀이 없다는 것은 불평등하고요,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 선수의 최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가 20대 중반입니다. 근데 우리는 군에 입대해야 할 상황이기에 최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가 없어요. 현재 상황으로는 선수 생활 유지도 힘듭니다. 29살까지 미루다가 입대하고 나면 제대 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완전 경력 단절입니다.”

한국 체육계에서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올림픽 메달 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만이 가능한 현실이다. 그런데 동계 아시안게임은 2017년 삿포로대회 이후로 개최 후보지가 없어 대회의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현실이다. 선수가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의 메달만을 바라보고 운동을 지속하기에는 현실의 장벽은 너무 높고 실현 가능성은 적다. 특히 동계운동선수에게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자유조차 없는 상황이다.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동계종목 남자선수들은 훈련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이런 현실에서 동계 남자선수들에게 세계 정상급 경기력과 메달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국군체육부대는 ‘우수 선수를 육성해 국가 체육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창설된 국방부 직할부대’라는 설립목적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빙상종목 입상에만 기대하고 있는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현실은 냉혹하다. 이렇게 지속할 경우 세계정상의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경기력은 포기해야만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적어도 체육계와 국방부, 그리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에 관한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동계종목 남자선수의 경기력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선수의 경기력 나락과 직결된다면 상무의 설립목적도 분명 재고(再考)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2023년 동계스포츠의 현실이라는 점이 또한 씁쓸하다.

하웅용, 2023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대한민국선수단 부단장.

하웅용 한체대 교수 2023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대한민국선수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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