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 日 콧대 꺾은 K뷰티·난로·애니
화장품·난로·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일본이 전 세계에서 우위에 있던 분야다. 국내 주요 화장품 제조사 중에는 과거 일본과 기술 제휴를 통해 사업을 처음 시작한 후 규모를 키워온 회사가 많다. 난로와 애니메이션 역시 일본이 기술적으로 앞서 있었고, 국내에서도 국산보다는 '메이드 인 재팬' 선호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일본 젊은 층 사이에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화장품과 헤어 제품, 난로, 애니메이션 등이 역으로 일본에 수출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아이패밀리에스씨의 색조전문 브랜드 롬앤은 지난해 일본 최대 화장품 리뷰 플랫폼 '립스(LIPS)'에서 같은 해 처음으로 일본에 출시한 제품인 속눈썹 영양제 '한올 래쉬 세럼'과 '한올 픽스 마스카라' 등이 복수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최대 뷰티·미용 정보 플랫폼 '앳코스메'에서도 롬앤의 한올 래쉬 세럼과 한올 픽스 마스카라, 듀이풀 워터 틴트, 무드 페블 네일이 지난해 상반기 가장 많은 소비자가 추천한 제품으로 선정됐다.
2019년 4분기 일본에 진출한 후 약 3년 만에 올린 쾌거다. 2018년 말 롬앤의 입술에 바르는 화장품 '틴트'가 일본 소비자에게 빠르게 입소문이 나며 일본 쇼핑몰 큐텐에서 높은 판매액을 올린 것이 일본 수출의 계기가 됐다. 김태욱 아이패밀리에스씨 회장은 "일본 소비자가 한국에 관광을 와서 사옥을 방문하는 등 여전히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며 "올해에도 최소 2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상반기 한국은 프랑스를 제치고 대(對)일본 화장품 수출 1위 국가로 올라서기도 했다. 이를 주시한 화장품 기업 코스맥스는 지난해 3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 용지를 매입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K팝과 K드라마 등 전방위 한류 붐이 2030 일본 여성에게 확산된 지금이 일본 진출 적기"라고 말했다.
샴푸와 트리트먼트 등 헤어 제품에 강점이 있는 브랜드 '쿤달'(더스킨팩토리)은 2020년 1월 큐텐을 통해 일본 시장에 처음으로 제품을 판매한 후 2021년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이 회사가 일본에서 헤어 제품 판매로만 올린 매출은 165억원, 진출 이후 3년간을 합치면 270억원에 달한다. 관세청 수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쿤달은 국내 브랜드 중에서 일본에 가장 많은 헤어 제품을 판매한 브랜드다. 노현준 더스킨팩토리 대표는 "지난해 더스킨팩토리 해외 매출 중 50%가 일본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난로, 창문형 에어컨 등으로 이름을 알린 가전기업 파세코는 일본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아마존 재팬' 등에서 일본의 난로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토요토미'를 제치고 캠핑난로 판매 순위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일본 시장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나 신장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캠핑인구가 700만명으로 추산되는 데 비해 일본은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약 15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일찌감치 캠핑 문화가 발전했다. 캠핑 종주국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캠핑용품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난로는 오랫동안 일본의 대표 캠핑 제품으로 꼽혀왔다. 파세코는 1974년 등유 소비를 위해 석유풍로를 일본에서 대거 수입하던 당시 신우직물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석유난로 심지를 만들어 성장한 회사다. 일본 난로 심지를 만들며 시작한 한국 회사가 일본에 진출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회사에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게 파세코 측 설명이다.
김상우 파세코 상무는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자신감을 갖고 수출 활로를 더욱 확대해 K캠핑난로 위상을 전 세계로 전파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토종 애니메이션 제작사 에스에이엠지(SAMG)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은 지난해 12월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캐치! 티니핑'은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소니픽처스 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일본 키즈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키즈 스테이션'을 통해 일본 현지에 방영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부터는 '캐치! 티니핑' 캐릭터 완구도 일본에 수출할 예정이다.
김수훈 SAMG엔터 대표는 "포켓몬스터, 스튜디오 지브리 시리즈, 귀멸의 칼날 등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의 발원지 일본에 국산 애니메이션 지식재산(IP)이 진출한다는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중견 가전기업 신일은 지난해 '가습기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에 3년간 5만대에 달하는 가습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신일은 일본에서 시계 제조사로 잘 알려진 리듬에 지난해에만 가습기 8000대를 공급했으며, 현지 관심에 힘입어 올해는 1만대 이상으로 공급량을 늘릴 예정이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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