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순익 3분의1 사회공헌으로?…의견 분분

최홍 기자 2023. 1. 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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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 순익 3분의1 소비자 몫으로"
2021년 기준 5대 시중은행 당기순익 약 11조원
이 중 3조7000억원을 사회공헌에 써야
기존 사회공헌 금액 대비 362% 증가한 규모
은행권 "영리기업에 지나친 개입 우려돼"
전문가들 "국민 돈으로 이익낸 만큼 사회에 더 공헌해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1.18. bluesda@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홍 이주혜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 사회공헌 확대' 발언이 금융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 당기순이익의 3분의 1을 사회공헌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논리대로라면 단순 계산해도 은행 1곳당 연간 최대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사회공헌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이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해관계자인 은행들은 주주반발이 예상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반면, 학계에서는 공적기능을 포함하는 은행 특성상 금융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사회공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은행 사회공헌 비용 수조원대로 폭증하나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쏘아올린 은행의 사회공헌 확대 발언을 두고 금융권의 파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의 사회공헌 금액이 주주환원·성과금에 투입된 금액보다 10분의1 이하 등 훨씬 더 적은 금액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우리 국민 내지는 금융 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3고(高)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의미다. 특히 은행이 과거 외환위기 때 국민의 세금을 투입한 적이 있는 만큼 공공성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의 발언이 현실화하려면, 은행의 사회공헌 금액을 기존보다 대폭 확대해야 한다.

금감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2021년 당기순이익은 약 11조원이다. 이중 사회공헌 금액은 8000억원(7.2%) 가량이다. 금감원장 주장대로라면, 순이익(11조원)의 3분의1 해당하는 3조7000억원을 사회공헌에 써야 한다. 이는 기존 사회공헌 금액(8000억원) 대비 362% 증가한 규모다.

개별은행으로 분석하면, 은행 1곳당 사회공헌 금액은 최대 1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국민은행의 2021년 기준 순이익은 2조6000억원인데, 여기에 3분의1에 해당하는 9000억원 가량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는 금리인상 기조로 은행 순이익이 더 증가했다. 이에 따른 사회공헌 금액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잇달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사회공헌 기조는 은행을 넘어 금융지주회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KB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순이익은 4조279억원인데, 그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3500억원을 사회공헌에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은행권 "영리기업에 지나친 개입"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감독당국이 영리기업에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우려 섞인 의견도 나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가장 기본은 이익을 내야 하는 것이고 그 이익은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주주들의 반발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이익의 일정 부분을 어떻게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영리법인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대내외 경제가 어려운 만큼 부실 발생 대비를 위해 충당금을 쌓아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제조업과 다르게 부실 발생 대비를 위해 이익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그래야만 정부에서 요구하는 채권안정기금, 증시안정기금 등 각종 출자에도 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은행 논리대로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나 은행 특성상 공적기능도 외면할 수 없다는 중립된 의견도 있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은행들은 일반 기업보다 법인세를 많이 내는 등 사회공헌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며 "특히 주주가 있는 일반회사인 만큼 사회공헌에 그렇게나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사례는 드물다"라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들도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주주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은행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수익의 원천이 예금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에 공적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은행 특성상 사회공헌을 단순히 봉사행위로만 볼 수 없다"며 "은행이 국민의 신뢰도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곳인 만큼 사회공헌은 중장기적으로 은행에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다. 일종의 투자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win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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