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LG 모바일 특허 3만건…'특허괴물’이 노린다
LG전자, 모바일 특허등록 2만건 이상
“해외 NPE, 모바일 관련 특허 기술 노린다”
LG전자의 모바일 기술 관련 특허가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전문기업(NPE)의 표적이 되고 있다.
19일 특허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등록한 특허는 국내 2만3939건, 해외 6만1599건으로 총 8만5538건에 달한다. 이중 모바일 관련 특허가 국내외를 합쳐 2만건 이상이다. 등록되지 않고 출원만 한 모바일 특허까지 합하면 3만여건에 이른다.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할 때는 이 특허 기술을 애플과 같은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교차로 사용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었다.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게 되면 제품을 생산할 때 각사가 등록한 표준특허를 서로 사용할 수 있다. 표준특허는 국제표준화기구(ISO)나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같은 국제기구에서 설정한 규격이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기 어렵다.
하지만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LG전자 입장에선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의 특허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에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실제로 LG전자는 작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라이선스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LG전자가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애플에 관련 특허 기술을 사용하는 대신 8000억원대의 로열티를 수령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LG전자 관계자는 “라이선스 사업과 관련해선 특정 상대방과 수익의 규모를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특허 전문가들은 국내외 모바일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LG전자의 보유 특허가 쪼개팔기 방식으로 팔릴 경우 삼성전자나 애플 같은 기업들을 공격하는 여러 개의 특허괴물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허업계에선 LG전자가 특허괴물로 불리는 NPE들에 모바일 특허를 넘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허를 사들여서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공격하는 NPE들이 LG전자의 모바일 특허를 가져갈 경우 국내 모바일 업계 전반에 무차별적인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 모바일 산업보호를 위해서는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LG전자의 모바일 특허를 통째로, 또는 주요 특허들만이라도 사들이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는 대규모 로열티 계약을 맺은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와는 아직 모바일 특허 사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특허업계에선 국내 특허를 등한시하는 내부 분위기 탓에 삼성전자가 LG전자의 모바일 특허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NPE가 LG전자의 특허를 사고 실시권을 갖게 되면 이른바 ‘특허괴물’이라고 불리는 NPE들이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며 “삼성 입장에선 NPE보다는 LG전자와 우호적인 관계에서 협상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매년 NPE로부터 100여건의 특허 소송을 당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기업이 NPE와 특허 소송에 연루된 건수는 107건이다. 2019년에는 99건, 2020년 106건, 2021년 137건으로 매년 특허 공격을 받는 횟수가 많아졌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8월 해외 NPE 스크래모지 테크놀로지(Scramoge Technology)로부터 무선충전 장치 관련 특허로 피소됐다. 당시 스크래모지 테크놀로지는 LG이노텍에서 관련 특허를 사들였다. LG전자가 보유한 모바일 특허 기술도 언제든 NPE가 사들여 공격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국내 특허 전문가는 “애플이 LG전자에 특허 관련 로열티를 지급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퍼지면서, LG전자의 모바일 특허 기술을 사들이기 위해 노리고 있는 NPE가 많다”며 “향후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는 수많은 특허 소송을 겪을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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