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세제혜택 추진…미국 IRA에 대응

김규남 2023. 1. 19. 16: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한국 정부도 적극적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해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1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 행정부에 해당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탄소중립산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친환경 산업 공급망 전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유럽연합 내에 친환경 산업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18일(현지시각)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배경으로 “친환경 기술 산업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는 규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들은 허가가 너무 느리고 장벽이 너무 많다는 것을 불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법안이 유럽연합의 반도체법을 모델로 할 것이라며 “특히 새로운 친환경 기술 생산 현장에 대한 허가를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살펴볼 것이다. 경쟁력이 핵심 열쇳말”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반도체법은 유럽연합이 2030년까지 전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 점유율을 현재 9%에서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반도체 생산 확대에 공공과 민간의 자금 430억 유로(약57조원)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언급에 앞서 “30년 이내에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 0)에 도달하는 엄청난 변화를 위한 열쇠가 친환경 기술 부문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오늘 그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그린딜 산업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린딜 산업 계획은 ‘4개의 기둥’으로 세워진다며, 그 첫번째 기둥이 ‘속도와 접근성’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나머지 3개의 기둥은 △친환경 기술 생산에 대한 투자와 자금 조달 강화 △기술개발과 숙련된 노동자 양성 △개방적이고 공정한 무역 등이다.

그는 하루 앞선 지난 17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탄소중립산업법 제정에 대해 발표했다. 집행위가 새 법안을 입안할 때 유럽의회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18일 유럽의회에서 법안 제정 추진 뜻을 재차 밝히며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번 제안은 다음달 9~10일 유럽연합의 상원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이사회 특별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발표는 풍력, 태양광, 그린수소, 히트 펌프 등 그린산업 가치사슬에 유럽연합의 공동 자금을 보조하고, 그린 산업 생산시설의 확보에 관한 허가절차, 승인 등의 제반 요건(의 소요시간을)을 단축하는 내용”이라며 “유럽연합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역내 그린 기업들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유럽연합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친환경 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미국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친환경 산업 육성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부의 직접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의 형태로 3690억달러(약 455조원)를 투입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탄소중립산업법은 미국이 보조금을 주는 등 자국 친환경 산업을 보호하는 것에 대응해 유럽도 역내 친환경 산업 보호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의 이런 대응이 국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상인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친환경 산업과 관련해) 한국도 보다 적극적으로 보조금 정책이나 초기 시장 형성과 관련한 산업 정책 수립 등을 통해 친환경 기술을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개발하거나 혹은 따라잡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유럽연합의 탄소중립산업법에) 맞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도 “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강화되고, 국내 친환경 산업의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과 경쟁력 있는 청정에너지 산업 지원 등의 대응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