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이어 다보스까지…'민간 외교관' 자처한 재계 총수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연초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에 동행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휘해 각종 투자와 협의를 끌어내는 데 일조하면서도 '로우키'(low-key·절제된) 행보를 통해 정부와 '원팀'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 첫날인 18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오찬 행사에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IBM·퀄컴·JP모건·무바달라·블랙스톤·뱅크오브아메리카(BoA)·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히타치·쉘·에어리퀴드·토탈·네슬레·TPG·리포 등 15개 업체 CEO가 참석했다.
글로벌 유명 인사들이 일제히 자리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총수들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팻 겔싱어 인텔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아빈드 크리슈나 IBM 회장 등은 이재용 회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오찬에 앞서 열린 환담에서 크리슈나 회장은 "IBM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잘 잡은 덕분에 휴렛팩커드(HP) 같은 기업들도 많이 들어왔죠"라는 윤 대통령의 말에 "IBM과 삼성이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저희와 태양광 합작 사업을 하고 있다"며 빠뜨릭 뿌요네 토탈 에너지 대표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오찬에서 해외 기업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분위기가 참 자연스러웠다"면서 "외국 기업인들과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상당한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계 총수들의 글로벌 인맥은 이후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빛을 발했다.
글로벌 정·재계 리더 500여명이 찾은 이날 행사에는 글로벌 CEO 오찬에 참석한 총수 6명 외에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손경식 CJ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도 참석해 연회장을 누비며 외빈들과 환담했다.
이재용 회장은 주변에 "여기 가만히 있어도 아는 분을 20∼30명씩 만나게 된다"며 자신이 받은 글로벌 CEO들의 명함을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다보스 포럼을 계기로 모인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에게 한국의 엑스포 유치 의지를 알리고, 개최 후보지인 부산을 홍보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자 마련됐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2030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위원회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12개 국내 주요 대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기업별 특성에 맞춰 중점 담당 국가를 선정해 맞춤형 유치 활동을 해온 것처럼 이날 행사에 참석할 글로벌 리더들도 평소 친분과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나눠서 섭외했다는 후문이다.
2007년 다보스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 리더(YGL)로 선정된 조현상 부회장은 스콧 뷰몬트 구글 아시아·태평양 사장, 캐서린 가렛 콕스 걸프 은행 CEO 등 'YGL 동문' 6명을 행사에 초청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은 앞서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은 한국에 300억 달러(약 37조2천6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열린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양국 기업 등이 총 61억 달러(약 7조5천500억원) 상당의 양해각서(MOU)와 계약 24건을 체결했다.
SK그룹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자발적 탄소시장(VCM) 아시아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윤 대통령이 16일 바라카 원전 3호기 가동식에 참석할 당시 시공을 맡은 기업을 대표해 동행했다. 이 회장은 국내에 '만수르'로 널리 알려진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 나란히 앉아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UAE에 이어 다보스포럼에서도 '경제 외교'에 나선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게 최태원 회장 이하 재계의 공통된 인식인 것으로 안다"며 "재계 총수들도 '로우키'로 움직이는 대신 물밑에서 글로벌 인맥을 총동원해 '민간 외교관' 역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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