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연초부터 잇단 불성실공시법인 예고
국내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이 잇따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를 맞이한지 3주도 안됐지만 이미 1곳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4곳이 지정 기로에 섰다.
불성실공시는 상장법인이 자본시장법 및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에 따른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공시변동 등이 대표적인 위반 행위다. 다만 사안이 발생한 즉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에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하면 대상 회사에서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여부, 벌점, 공시위반 제재금 등 최종 결정이 나온다.
이때 코스닥시장의 경우 부과받은 벌점이 8점 이상이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당일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를 포함해 최근 1년간 벌점이 누적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도 될 수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올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 1곳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4곳(건수 5건)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내렸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회사는 엔지켐생명과학이다. 지난해 12월22일 지정이 예고됐고, 지난 16일 확정됐다. 벌점은 3.5점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이 지난해 11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엑스콜로(EXCOLO)사로부터 컨설턴트 계약 위반 관련 소송에 피소됐는데, 이를 일주일 가량 지연 공시한 영향이다. 엑스콜로는 엔지켐생명과학이 '비밀유지 및 고용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288억6600만원을 청구했다. 다만 엔지켐생명과학 측은 해당 소송과 관련해 "엑스콜로 측의 청구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법률대리인과 협의,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사업을 영위하는 피에이치씨는 공시번복을 이유로 지난 11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피에이치씨는 지난달 2019년 후앤디 메디케어와 체결한 혈당측정기 및 혈당시험지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후앤디 메디케어가 영업양수도를 이유로 해지를 통보해왔다는 게 이유다. 해지금액은 최초 계약금액 15억5000만원에서 이행금액을 제외한 15억1800만원이다. 해당 계약해지와 관련한 불성실공시법인 결정 시한은 내달 7일까지다. 지난 1년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부과받은 벌점은 5점이다.
HLB제약은 공시불이행 2건으로 불성실공시법인 기로에 섰다. HLB제약은 작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아픽사반 함유 장기지속형 항응고 주사제(HLBP-024) 국내 1상 임상시험계획을 신청했고, 지난 2일 승인받았다. 하지만 임상시험계획 신청 당시 해당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 승인을 받았단 결과도 하루 지나 공시했다. 이에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미공시 1건, 지연공시 1건을 지적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11월22일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받은 이중항체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 결과를 지연 공시(12월12일)한 게 지적됐다. 당시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FDA로부터 ABL301 임상시험계획 관련 '부분 임상 보류' 결과를 받았다. 당시 회사 측은 "임상 계획 신청(2022년 10월) 후 고용량에 대한 우려 코멘트를 받아 이를 해결하고자 고용량을 빼고 임상 계획을 변경 신청(11월)했다"며 "이를 통해 자사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즉 에이비엘바이오가 이번 심사에서 판단을 받지 않기로 했던 고용량 임상에 대한 판단을 받으면서 착오가 생겼단 얘기다.
녹십자엠에스는 유지모리플로트와 맺었던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계약 해지 공시로 인해 지난 3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지만, 이날 미지정 결과를 받았다. 거래소는 "6개월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지정을 유예한다"고 했다. 앞서 녹십자엠에스는 해당 계약과 관련해 러시아 현지 제품허가 지연, 전쟁 등 상황으로 계약이 불이행됐고 그 사이 계약이 만료됐다고 설명해왔다.
한편 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건수는 54건(44사)로 2020년 121건(100사), 2021년 99건(82사)에서 대폭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나타난 유형은 작년 공시번복으로 59.3%(32건) 비중을 차지했고, 공시불이행 33.3%(18건), 공시변경 7.4%(4건) 순이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이경규 자료화면 속 조형기…'음주 사망사고' 모자이크 굴욕 - 머니투데이
- '이혼' 지연수 "피 토하고 건강이상…생활고로 암검사 못받아" - 머니투데이
- 선우은숙, 시월드 오픈?…"재혼 후 첫 명절, 시댁 식구 15명 와" - 머니투데이
- UN 출신 최정원, '불륜설' 논란→반박에 재반박…소송 향방은 - 머니투데이
- 윤종신, 90세 父에게 매일 연락받는 이유…"무사하심 알려" - 머니투데이
- [영상] "견인차도 입주민 등록해줘"…거절당하자 아파트 주차장 막았다 - 머니투데이
- 하노이에 한국처럼 집 지었더니 "완판"…이번엔 '베트남의 송도' 만든다 - 머니투데이
- 논란된 수능 문제들..국어 지문 속 링크에 '윤 정권 퇴진' 집회 일정 - 머니투데이
- 삼성전자 5만원 깨졌다… 코로나 팬데믹 때로 돌아간 주가 - 머니투데이
- '아이 셋·아빠 셋' 고딩엄마…이혼+동거소식에 큰아들 "미쳤나 싶었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