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상가 소유한 조합원 … 분양신청땐 '판례'따져봐야 [박일규의 정비사업 돋보기]

2023. 1. 19. 16: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둘 중 하나 분양신청하고
나머지 현금청산 원할때
분쟁 가능성 커 조심해야
판례따라 보수적 접근 필요
조합원·현금청산자 양립 불가
아파트와 상가를 모두 소유한 조합원 권리에 대한 해석은 재건축 단지마다 다를 수 있어 분쟁의 소지가 상존한다. 사진은 최근 청약과 정당계약을 마친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경. <한주형 기자>

재건축 사업에 투자하려면 재건축 구역 내 건축물과 부속 토지를 함께 매수해야 한다. 재개발 사업은 건축물이나 토지 둘 중 하나만 소유하더라도 조합원 지위가 인정되는 반면, 재건축은 반드시 건축물과 부속 토지를 함께 소유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례는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우겠지만 투자자의 판단에 따라 상가만 매입하거나, 아파트와 상가를 모두 매입하기도 한다. 근래 부쩍 늘어나고 있는 정비사업 현장에서의 이슈 중 하나가 재건축 구역 내 아파트와 상가를 모두 소유할 경우 분양신청 등 조합원으로서의 권리행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사례 둘을 차례로 살펴보자.

사례1. 갑(甲)이 아파트와 상가를 각각 단독 소유하고 있는 경우, 아파트나 상가 중 하나만 분양신청하고 나머지는 현금청산을 받을 수 있는지.

이에 관해서는 의외로 견해가 대립한다. 먼저 일부 소유물에 대해선 분양신청하고, 일부 소유물은 현금청산할 수 있다는 입장. 핵심 논거로는 관리처분계획의 구체적 내용 확정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는 점, 도시정비법령 규율에 비추어 둘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조합원이 일부 부동산을 기초로 분양신청을 해 조합원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나머지 부동산에 대해선 현금청산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처분계획으로 정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주택과 종교시설을 함께 소유하고 있는 조합원의 의사에 따라 주택에 관해서만 입주권을 인정하고 종교시설은 현금청산하는 내용의 관리처분계획도 유효하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대표적인 예이다(서울고등법원 2019누63081 판결).

반대로 아파트와 상가를 구분해 일부 분양신청, 일부 청산을 선택할 수 없다는 해석론. 조합원 지위와 현금청산자 지위는 모순되는 개념이어서 양립할 수 없고, 일부 현금청산을 인정하는 것은 결국 권리가액 일부를 이전고시 이전에 환급하는 셈이어서 이전고시 후에야 청산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다른 조합원에 비해 다물권자를 부당하게 유리하게 취급한다는 점 등을 주요 논거로 삼는다. 아파트와 상가 모두 분양신청해 아파트 및 상가 분양 대상자로 확정된 후 분양계약 체결 단계에서 상가 계약만 포기하고 현금청산자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구한 청구를 기각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입장이기도 하다(서울고등법원 2016누34273 판결).

어떤 견해가 타당할까? 투자자 입장이라면 좀 더 보수적인 판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안전하다. 분양신청이 단순히 특정 유형의 입주권을 희망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사업 참여 여부를 종국적으로 확정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합원 지위와 현금청산자 지위의 양립을 부정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매끄럽다.

사례 2. 갑(甲)이 아파트(편의상 'A아파트')를 단독 소유하면서 조합설립인가 후 을(乙)이 소유한 여러 상가 중 하나(편의상 'B상가')를 매수한 경우, 甲이 A아파트와 B상가의 권리가액을 합산해 분양신청할 수 있는지.

만약 이 사례를 한 사람의 조합원(甲)이 여러 개 부동산(A아파트, B상가)을 동시에 소유하는 것으로 파악하면 답은 쉽다. 위에서 살펴본 사례1과 완전히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사례는 그렇게 단순한 유형이 아니라는 데 함정이 있다. 매도인 乙이 상가를 여럿 소유한 다물권자라는 점을 놓치면 곤란하다. 조합설립인가 후 다물권자인 乙에게서 B상가를 매수하면, B상가에 기초해서는 독립된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고 오로지 양도인 乙과 양수인 甲이 하나로 묶여서만 입주권 및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甲과 乙은 엄연히 별도의 상가를 독립적으로 소유하지만 다물권자 양도 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법률적으로는 하나의 상가를 공유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뤄진다. 따라서 조합원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분양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甲과 乙은 하나로 묶이고, 결국 甲 혹은 乙 중 하나를 대표조합원으로 선임한 후 그 대표조합원을 통해 의결권, 분양신청권 등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만약 甲과 乙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대립해 끝내 대표조합원 선임에 실패한다면 모든 권리행사가 불가능해질까. 그렇게 보면 양도인 양수인 모두에게 너무 불이익한 결과가 초래된다. 비록 대표조합원을 선임하지 못하더라도 각자의 권리행사를 인정한 후, 권리행사 내용이 일치할 경우 대표조합원에 의한 권리행사와 마찬가지로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양도인이나 양수인 중 어느 하나가 권리행사를 하지 않거나 둘 모두 권리행사를 했더라도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면 적법한 권리행사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부득이하다.

결국 본 사례에서 甲은 A아파트 소유자로서 단독 조합원 지위를, 甲·乙은 甲이 매수한 B상가와 乙이 여전히 소유하는 나머지 상가에 기초해 조합원 지위를 공유하게 된다. 분양신청권 역시 甲은 A아파트 소유권에 기해 단독으로 행사하고, 甲·乙은 B상가 등 여러 상가 소유권에 기초해 함께 행사해야 한다. 甲·乙이 의결권이나 분양신청권 등 조합원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대표조합원 선임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표조합원 선임에 실패하더라도 甲과 乙 모두 권리를 행사하고, 둘의 권리행사 내용이 일치하면 유효하고 적법한 권리행사로 인정될 것이다. 甲과 甲·乙은 법률적으로는 엄연히 다른 사람으로 취급되기에 甲이 소유하는 A아파트 권리가액에 甲·乙의 권리가액으로 산정돼야 할 B상가를 보태서 분양신청할 수 없는 노릇이다.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