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추락사' 강간살인→준강간 치사죄로 권고형 초과 20년, 왜

박아론 기자 2023. 1. 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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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없고, 순간 욕구 탓 범행…음주정도, 행위 위험성도 인식 못해
준강간치사 은폐 시도, 구호조치 안한 점…권고형 초과 선고
인하대 캠퍼스에서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A씨(21)/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대학 건물 2~3층 위에서 또래 동급생을 성폭행하고 밀어 추락해 숨지게 한 전 인하대 학생인 20대 남성이 살인죄가 아닌, (실수로 추락해 숨지게 했다는) 준강간치사죄가 적용돼 1심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은 살인죄는 적용하지 않되, 준강간죄에 대한 은폐를 시도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권고형을 초과하는 중형을 선고했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임은하)는 19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10년간의 취업제한을 명했다.

A씨는 당초 경찰 수사단계에서 준강간치사 및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및 반포 등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검찰은 범행장소가 △인하대 캠퍼스 한 단과대학 건물 2~3층의 지상으로부터 8m 높이인 점 △창틀 끝이 외벽과 바로 이어져 있는 점 △바닥이 아스팔트이기에 추락 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을 토대로 위험한 곳에서 범행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피해여성인 B씨의 상반신 등 신체에는 추락 전 (범행 장소에서) 성폭행을 당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외력 등에 의해 자연스럽지 않은) 인위적인 자국도 발견됐다.

이밖에 △A씨가 술에 취해 항거불능의 여성을 상대로 범행한 점 △범행 후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행태 등 크게 3가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A씨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죄명을 준강간치사에서 강간등살인죄로 변경했다. 특히 살인죄 성립에 있어 '직접적인 미는 행위'로 살해했다고 보고 '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A씨는 재판에 넘겨져 술에 취해 항거 불능의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사실은 인정하되,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강간 등 살인 혐의는 부인했다.

재판부는 A씨가 △(위험한 장소에서 성폭행하다가 밀어 추락시키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벌인) 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점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에 비춰 살인동기가 없었던 점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던 점 △술에 취한 피해자 소속 대학 과방에 데려다주려다, 순간적으로 욕구가 생겼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우발적으로 범행하다 추락해 숨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A씨가 위험한 장소에서 피해자를 밀어 추락해 (고의성 없이) 사망하게 한 사실은 인정하되,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준강간치사죄로 A씨에게 1심 판단을 내렸다.

다만 가중 사유로 준강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녹취를 시도하고, 범행 직후 피해자가 추락한 사실을 알고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을 종합해 권고형을 초과해 1심 형량을 정했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한 피고인의 행위가 추락을 예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법의학자 소견에 비춰 행위에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 사망으로 어떠한 이익을 얻을 수도 없고, 술자리에서 다툼이 있지도 않아 범행동기도 없었으며, 순수하게 피해자를 과방에 데려다 주려했으나 장소가 낯설어 헤매던 중 신체적 접촉이 계속되자 욕정이 생겨 순간적으로 위험한 곳에서 범행을 하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준강간 범행을 은폐하고자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녹음을 시도했고, 피해자가 추락하고도 112나 119에 신고하는 등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도 이행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양형기준을 참작해 권고형을 상당히 초과하는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강간치사죄의 대법 양형기준은 징역 11년~14년이다. 감경 사유가 있는 경우는 9년~12년, 가중처벌 시 13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사건이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A씨 공판은 명예훼손 및 사생활 비밀 노출 우려를 제기한 피해자 측의 요청에 따라 첫 공판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에 지난 9월1일 이후부터 7차례에 걸쳐 공판이 비공개로 진행됐고, 8차 기일은 검찰의 현장검증 신청에 따라 현장검증 장소인 인하대 교내에서 실시됐다.

피고인 신문 뒤에 열린 결심공판도 비공개였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날 1심 판결선고는 이전 공판 절차와 달리 (선고는) 공개원칙에 따라 공개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선고 전 방청석에 있는 취재진에게 피해자와 유족의 2차 피해를 우려해 선정적 표현, 범행에 대한 구체적 묘사에 대한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A씨는 이날 법정에 고개를 숙인 채 양형 이유를 들었다.

A씨는 지난해 7월15일 오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한 단과대학 건물 2~3층에서 술에 취해 의식이 없던 동급생 B씨를 성폭행하고 창밖으로 떨어뜨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당시 인하대 학생 신분 이었으나, 범행 후 퇴학 처분됐다.

aron031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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