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베꼈다"…롯데헬스케어, 스타트업 '도용' 논란에 중기부도 나서

사진=알고케어 제공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제품을 도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으나,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 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을 파견하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섰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인공지능(AI) 기반 개인맞춤 영양관리 솔루션 관련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가전·IT전시회 'CES 2023'에서 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과 전용 디스펜서 '필키'를 공개한 바 있다. 캐즐은 개인 건강정보 수집 후 맞춤형 결과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앱을 필키에 가져다 대면 사용자에 맞춤 영양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의 캐즐이 자사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 진행한 미팅을 통해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도용해 캐즐을 개발했다는 것. 자사 제품과 캐즐이 카트리지 구조와 원리, 디스펜서 콘셉트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알고케어는 올해 CES 2023에서 자사 제품을 전시하던 중 '롯데헬스케어 제품과 유사하다'는 일부 관람객 반응을 통해 캐즐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거래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단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알고케어는 이 제품으로 CES에서 혁신상을 받았고 오는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알고케어 관계자는 "알고케어의 카트리지 디스펜서 모델은 전세계적으로 아직 출시된 제품이 없는 고유한 모델로서, 알고케어가 개발하고 있던 시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롯데헬스케어는 여러 슬롯의 카트리지를 위에서 아래로 꽂아놓는 구조, 카트리지의 결합유닛 장치의 구조와 원리 등을 전부 그대로 베꼈다"고 비판했다.

사진=알고케어 제공

그러나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기술을 탈취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사업 검토 시점부터 건강기능식품 소분 판매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는 것. 알고케어의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참고할 수 없었고, 한번 보고 설명을 듣는 정도로는 기술을 도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알고케어와의 사업 협력을 위해 논의 과정을 거친 것은 맞지만, 양사 이해관계가 최종적으로 부합하지 않아 협의가 결렬됐다"며 "이후 롯데 계열사인 캐논코리아와 협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캐논코리아는 2018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선보였던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디스펜서들과 현재 약국에 있는 의약품 디스펜서, 자체 복합기 카트리지 기술 등을 참고해 개방형 디스펜서 개발을 앞두고 있었다"며 "알고케어 디스펜서는 자사 건기식만 사용해야 하는 폐쇄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분쟁과 관련해 양 측 주장이 엇갈리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입하게 됐다.

중기부는 새정부들어 기술 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을 국정과제로 정해 추진 중이다.

이에 알고케어가 기술 침해 행정조사와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할 시 조정이 성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조정불성립 시 소송비용도 지원한다. 기업 요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와 특허청 등 소관부처 신고를 위한 법률 자문도 제공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건 인지 즉시 기술 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소속 전문가인 변호사를 파견해 중소기업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기술탈취 피해구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고 법원 자료요구권 신설 등 법·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