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드라이브]기아 모하비 "마지막 韓 정통 SUV의 자존심"
모하비는 기아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2008년 화려한 등장 이후 데뷔 16년 차를 맞았지만 건재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모하비는 각별하다. 기아를 이끌던 시절 정 회장은 모하비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최근까지도 모하비를 직접 운행할 만큼 애착을 지닌 '정의선의 차'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세월은 피할 수 없다. 전동화 흐름에 맞춰 기아는 올해 2분기 새로운 플래그십 전기 SUV 'EV9'를 내놓을 예정이다. EV9이 등장하면 모하비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유일한 프레임 바디 타입 SUV이자 V6 디젤 엔진을 탑재한 마지막 모델 2023년형 모하비를 시승했다.
미국 모하비 사막에서 차명을 따온 모하비는 출시 이후 지속적인 연식변경과 두 번의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상품성을 유지해왔다. 그만큼 초기 모델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의미다. 정 회장이 영입한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을 거친 모하비는 직선이 살아있는 묵직한 느낌의 정통 SUV를 표방한다.
프리미엄 대형 SUV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초기 모델부터 모하비 전용 엠블럼을 사용하다가 2023년형부터는 새롭게 바뀐 기아 엠블럼을 달았다. 현행 모하비는 2019년 두 번째 부분변경을 마친 '모하비 더 마스터'가 기반이다.
모하비는 전장 4930㎜, 전폭 1920㎜, 전고 1790㎜, 휠베이스 2895㎜의 차체 크기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굵은 선으로 기품 있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면부는 웅장한 SUV 존재감을 표현한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과 볼륨을 강조한 후드 캐릭터라인, 20인치 스퍼터링 휠이 강인함을 나타낸다. 버티컬 큐브 주간주행등과 풀 LED 헤드램프를 추가하며 최신 모델에 뒤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실내는 초기 모델과 비교해 더 큰 변화가 느껴진다. 간결하고 넓은 수평 지향 구조로 설계한 대시보드에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넣었다. 센터패시아에서 도어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크 우드그레인 장식, 나파 가죽을 쓴 퀼팅 시트는 프리미엄 대형 세단 구성 못지않다.
단순히 디자인만 바꾼 건 아니다. 12.3인치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운전 중 목소리로 간편하게 에어컨이나 히터를 조정할 수 있는 음성인식 공조 제어, 소프트웨어(SW) 무선 다운로드를 통해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하는 OTA,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서버 기반 음성인식 카카오아이, 차량에서 집안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하는 카투홈 등 다양한 커넥티비티 기능을 탑재했다.
오디오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기아는 모하비에 고음역대 트위터 스피커부터 초저음역대 서브 우퍼와 서라운드 스피커까지 총 15개 스피커를 장착해 폭넓고 풍부한 음질을 제공하는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후석 탑승객 고려한 후석 대화, 취침 모드 등 실내 스피커를 통한 다양한 편의 기능을 최상의 음질로 활용할 수 있다.
시승차는 6인승 모델로 2열 2인 독립 시트를 적용했다. 2열 시트는 열선과 통풍 기능을 갖추고 중앙에 각도 조절식 암레스트를 배치해 안락하다. 2열 시트 상하단에 위치한 스마트 원터치 워크인 버튼으로 승하차 편의성을 개선했다. 트렁크에 위치한 스마트 원터치 폴딩 버튼 조작 만으로 2열을 간편하게 접을 수 있어 적재 편의성도 높다.
국산 동급 유일의 V6 3.0ℓ 디젤 엔진은 아직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6기통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엔진음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m의 여유 있는 성능을 발휘한다. 출발부터 중저속, 고속까지 고른 힘을 뿜어내 거대한 몸집에도 주행 중 가속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 시승 당일 연비는 9㎞/ℓ대를 유지해 효율성도 준수했다.
덩치를 고려하면 핸들링은 민첩한 편이다. 안정적 주행감을 더하는 든든한 프레임 바디와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DPS)을 조합해 민첩한 조향성능이 더해져 운전의 재미를 높였다. 장거리 주행에서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드라이브 와이즈 장비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프로드 성능도 빼놓지 않았다. 전자식 사륜구동(4WD)과 차동기어 잠금장치, 저단기어를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환경에 적합한 차량 구동력을 발휘하는 험로 주행 모드(터레인 모드)를 갖춰 운전자가 직접 도로 상황에 맞춰 주행할 수 있다.
프레임 바디 타입 차량의 단점인 승차감은 초기형 모델과 비교해 상당 부분 개선했다. 빠른 속도로 고르지 않은 노면을 달리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느껴졌던 진동과 출렁임이 많이 줄었다. 기아는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후륜 쇼크업소버 장착 각도 직립화 등 후륜 서스펜션과 바디와 샤시를 연결하는 고무 부품 등을 개선했다.
기아는 그동안 꾸준히 모하비를 업그레이드했지만 최신 차량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시승을 통해 체험한 모하비는 국산 SUV의 자존심이라 불러도 될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차량이다. 견고한 프레임 바디에 V6 디젤 엔진 특유의 풍성한 토크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모하비는 국산차 가운데 마지막 남은 선택지다. 모하비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4958만~5871만원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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