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진퇴양난…출마하면 ‘반윤 비주류’, 안 하면 ‘정치 포기자’

이틀째 잠행…설 연휴 뒤 출마 여부 밝힐 듯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성당 밖으로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고심하는 나경원 전 의원이 이틀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설 연휴 뒤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7일 대구 동화사 방문 이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한 공세에는 입장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는 19일에 보도자료를 내어 홍준표 대구시장의 ‘부창부수’ 발언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가족까지 공격하는 무자비함에 상당히 유감이다. 홍준표 시장께서는 그 발언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홍 시장이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나 전 의원과 대법관 내정설이 도는 그의 남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겨냥해 “오로지 출세를 욕망하고자 부창부수한다면 그건 참 곤란하다”고 한 것에 대해 적극 반박한 것이다. 지난 18일에도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사의 표명을 두고 “공직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이는 것에 관해 팩트체크 형식의 반박문을 냈다.

나 전 의원은 진퇴양난이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집단적 공세에도 당 대표에 출마할 경우 ‘반윤’ 딱지를 붙인 채 비주류의 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력에 따라 자신에게 붙은 ‘온실 정치인’ 표식을 떼고 독자적인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극복하려면 주위 사람들이 명분을 가지고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불출마를 선언하면, 국정 1인자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는 간신히 ‘봉합’되겠지만, ‘정치인 나경원’으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장관급 공직과 당권을 놓고 저울질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핵심 참모, 당내 친윤계의 공격에 굴복해 도전을 포기한 이미지가 굳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윤심’ 밖에 난 터라 나중에 다른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기도 쉽지 않다. 최창열 용인대 교수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선이 그어졌기 때문에 윤핵관 쪽에서도 나 전 의원에 대해 호의를 베풀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쪽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지지율이 계속 빠지는 상황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것 같다.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심을 전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