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연임, 10년집권은 옛말…금융지주 회장, 대거 물갈이 세대교체
당국 '펀드 등 책임·논란 있는데 연임 시도 문제' 기본 인식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을 거듭하며 10년 가까이 장기 집권하던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
펀드 사태 등 각종 논란에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자(CEO)가 이사진 장악력만으로 두 번, 세 번 임기를 '셀프' 연장하는 행태를 용인할 수 없다는 당국·여론의 압박에 사내 세대교체 요구까지 더해진 결과다.
신한·우리·농협·BNK, 줄줄이 회장 연임 무산
BNK금융지주는 19일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차기 회장 후보로 빈대인(62) 전 부산은행장을 선정했다.
전임 김지완 회장의 경우 앞서 지난해 11월 7일 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17년 취임해 2020년 연임에 성공했고 3연임(세 번째 임기)을 꿈꿨지만, 두 번째 임기를 5개월여 앞두고 자녀와 관련된 부당내부거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결국 자진 사임했다.
5대 금융 그룹에서도 이미 절반이 넘는 3곳에서 물갈이가 이뤄졌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차기 회장 후보 대상의 최종 면접 자리에서 돌연 '용퇴' 의사를 밝혀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회장으로 내정됐다.
신한금융 임직원들과 금융권 모두 조 회장의 3연임을 확신했지만, 결국 조 회장의 최종 임기는 9년이 아닌 6년(2017년 3월∼2023년 3월)에서 멈췄다.
2019년 1월 취임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앞서 18일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며 스스로 3년 임기 연장을 포기했다.
NH농협금융지주 역시 지난 12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하면서,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무산됐다.
'기본이 3연임' 과거 행태와 차이
이런 금융지주 회장 인사 결과는 최근 10여 년의 추세와 비교해 분명히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임기 3년), 2018년(임기 3년), 2021년(임기 1년) 잇따라 연임에 성공(4연임), 지난해 3월까지 무려 10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2014년 11월 취임한 뒤 2017년(임기 3년)과 2020년(임기 3년) 두 번 연임하고 현재 9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금융권이 조용병 회장의 4연임(세 번째 임기)이나 손태승 회장의 연임(두 번째 임기)을 의심하지 않은 것도, 사상 최대 이익 등 실적뿐 아니라 이처럼 '금융지주 자리는 최소 3연임이 보장됐다'는 관행을 믿었기 때문이다.
당국 "CEO 선임절차 공정·투명성 확보해야"…금융그룹 내부 세대교체 요구도 겹쳐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무엇보다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 수장들의 '장기 집권'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기업의 인사에 정부가 개입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당국은 특히 펀드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거나(손태승·조용병), 개인적 비리 의혹(김지완)을 받는 경우 물러나는 게 옳다는 기본 인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문책 경고)를 받은 당시 손 회장에 대해 "과거 소송(DLF 제재 관련 취소 소송) 시절과 달리 지금 같은 경우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마도 당사자(손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작년 말 신한 조 회장의 3연임 포기에 대해 "본인의 성과에 대한 공과 소비자 보호 실패에 대한 과에 대한 자평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거취를 양보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이 후보 사퇴 발표 후 "사모펀드 사태로 직원들 징계도 많이 받고 회사도 나갔다. 나도 제재심에서 주의를 받았지만, 사모펀드와 관련해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한 데 대해 간접적으로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회사 대표 가운데 한 명은 "사내외 이사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까지는 몰라도 3연임, 4연임을 시도하는 것 자체에 금융당국이 기본적으로 분명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이 지난 18일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관련한 공정성,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깊이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당국도 적극 동참해 의견을 내고, 국회 논의가 있다면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국의 압박이 최근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그룹 내부의 세대교체 요구도 만만치 않다.
5대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고령의 회장이 3연임, 4연임까지 하면 정관상 70세 상한 연령 기준이 있기 때문에 차세대 리더 그룹은 한번 임기를 맡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부의 이런 불만 등도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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