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택시 기사 살해범 “사이코패스”…범행 숨기려 피해 가족에게 132회 문자 메시지도
동거녀 시신은 아직 찾지 못해
전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신상이 공개된 이기영씨(32)는 사이코패스로서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검찰이 19일 밝혔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전담수사팀은 이날 이씨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강도살인 및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기존에 적용됐던 강도살인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 외에 보복살인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추가했다.
이씨는 동거녀 A씨를 살해하기 전 ‘먹으면 죽는 농약’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그가 애초 진술한 “우발적 범행”이 아닌 금전을 목적으로 한 계획적인 범행으로 판단했다. 살해된 동거녀 시신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이씨는 A씨 살해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보내 사회적 관계망에서 자연스럽게 ‘증발’하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씨는 또 택시 기사 B씨를 살해한 후에는 그의 가족을 속이기 위해 ‘바쁘다’ 는 등 132회에 걸쳐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실종신고를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해 8월 4개월 가량 함께 산 여성을 살해해 인근 하천에 유기한 혐의다. 또 지난달 20일 오후 11시쯤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기사 B씨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충분한 합의금을 주겠다”며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살해한 혐의다.
검찰은 금전적인 목적 외에 음주운전 누범인 이씨가 경찰에 신고를 당하면 실형 선고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고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피해자들의 명의를 이용해 총 1억3000여만 원의 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살인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10월 26일까지 36차례에 걸쳐 A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3930만6682원을 이체하거나 결제했다.
또 지난해 8월 12일부터 9월 22일 사이 A씨 명의의 체크카드로 95차례에 걸쳐 4193만5840원을 결제한 혐의도 확인됐다.
지난해 11월쯤에는 A씨 명의의 아파트를 빼돌리기 위해 매매계약서를 위조해 사용했다. 아파트를 매도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이용해 1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택시 기사 B씨 살해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4일 사이에는 B씨 명의의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6차례에 걸쳐 4788만1732원을 자신에게 이체했다. 같은 달 22∼23일 B씨 명의의 신용카드로 5차례에 걸쳐 769만1000원 어치 물품을 구입했다.
이씨는 두 건의 살인사건 외에 허위 사업체를 만들어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지원금 1000만 원을 부정하게 타내기도 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관리 중인 미제사건 DNA 분석 조사와 이씨 출소 이후인 2021년 6월 10일 이후 발생한 미제실종 사건을 대상으로 범죄 관련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추가 범행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씨는 자기중심성, 반사회성이 특징이고 본인의 이득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따라 즉흥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으며, 감정과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도 ‘높음’ 수준으로 평가돼 검찰은 이씨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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