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선수 출석인정일수 확대...4년 만에 바로 잡은 스포츠혁신위원회 과도한 권고
학생 선수 ‘출석인정일수’가 올해부터 늘어난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가 현실을 무시하고 행정력과 여론을 앞세워 과도하게 권고한 게 4년 만에 수정됐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19일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안을 재검토한 결과, 올해부터 출석인정일수를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확대하기로 했다. 출석인정일수는 교육, 진로와 관련된 교외 활동을 할 경우, 수업으로 인정하는 일수다. 출석인정일수는 최근 2년간 점점 줄어 지난해에는 초등 5일, 중등 12일, 고등 25일이었다.
조세혁(테니스), 신유빈, 김나영(이상 탁구) 등 10대 선수들은 학업과 대회 출전을 병행하기 힘들어 학업을 쉬고 있거나 상급학교 입학을 포기한 채 실업으로 직행했다. 골프, 축구 등을 중심으로 일반 학교를 떠나 방송통신고, 방송통신대로 가는 학생 선수들도 급증하고 있다. 운동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학교를 떠나는 학생 선수들이 감소하리라 예상된다. 대한체육회는 경기단체연합회, 시도체육회 등 회원 단체를 비롯한 11개 체육유관단체와 함께 출석인정일수 확대 정책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문체부 최보근 체육국장은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 금지(출석인정일수 축소), 주중 대회를 주말 대회로 전환, 소년체전 개편 등 혁신위 권고한 3가지를 현실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현장 의견을 20여 차례 수렴해 개선책을 마련했다”며 “주말 대회 전환, 소년체전 개편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고영종 책임교육정책관은 “학습권뿐만 아니라 진로선택권이 동시에 보장돼야 성공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운동을 더 할 수 있는데 하지 못하게 만든 데 대해 학생선수, 부모에게 송구하다”말했다. 문체부, 교육부가 학생선수 관련 주요 현안에 합의점을 도출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한 것부터 무척 이례적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에는 전체 수업일수의 ⅓(63일)로 출석인정일수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와 내년 시행 결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출석인정일수 확대와 함께 문체부와 교육부는 e스쿨 제도, (비)대면 학습 및 진로 멘토링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 선수 맞춤형 학습과정 마련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고영종 정책관은 ‘e스쿨 제도가 이수만 확인될 뿐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기 힘들다’는 의견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스쿨 플랫폼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2025년부터 전국 고교에 고교학점제가 실시된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절반 정도씩 섞어 공부하는 방식이다. 선택과목은 학생들이 스스로 고른다. 학생선수가 선택과목으로 스포츠 관련 과목을 고르려면, 교육당국이 스포츠 관련 과목을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 고영종 정책관은 “운동부 운영 학교에서 학생선수 맞춤형 학습이 이뤄지도록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출석인정일수가 늘어난다고 학생선수 관련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좋은 운동 환경 조성, 교육지원청의 전지훈련 허가 절차 현실화, 지정스포츠클럽에 속한 학생 운동부 관리 지침 마련, 주말리그제 저학년 중심으로 개편, 가을철 대회 확대 개최 및 활용법 개선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 문체부는 “학생선수 현장을 정밀하게 살피고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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