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질렸나' 한국GM, 'GM의 한국사업장'으로 부르는 이유 [FN 모빌리티]
[파이낸셜뉴스] 'GM(제너럴모터스)의 한국사업장.'
국내 5대 완성차 기업이자 국내 최대 외국인 투자법인인 한국GM이 정식 사명 외에 최근 '글로벌 GM의 한국 사업장'이란 명칭을 사용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GM은 표면적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 성장과 함께 정통 미국차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면엔 파견법 등 노동규제 강화에 따른 대표의 연이은 기소와 유죄판결, 극렬한 노동쟁의, 8년 연속 장기 적자경영 등으로 글로벌 GM본사가 한국의 5대 완성차 기업인 한국GM의 위상을 단순 생산기지나 수입차 판매의 통로 정도로 위상을 조정하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메리카 브랜드' 강조...국내 생산량 감소세
19일 자동차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부쩍 한국GM이 한국색채를 지워나가면서 글로벌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나, '한국과 거리두기'를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GM대우(2002~2011년)라는 사명으로, 한국 시장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했던 과거와는 기류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GM측은 "국내 수입차 성장세와 궤를 함께 하기 위해선 한국GM 속에 남아있는 GM대우시절의 망한 기업이라는 '대우'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소비자들에게 '정통 아메리카 브랜드', 미국차라는 정체성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 부평 제1공장·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도 있지만 글로벌GM에서 국내로 수입해 들여오는 차종이 점차 늘면서, 수입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쉐보레의 플래그십 모델 타호 등이 한국시장에 수입됐으며, 이어 GM 산하의 픽업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랜드인 GMC를 한국시장에 출시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이 국내 생산 물량보다는 미국서 수입해 오는 차종 확대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국내 생산량은 2018년 44만대에서 2021년 22만대로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말 부평2공장은 신규 물량을 받지 못하고, 60년만에 폐쇄됐다.
"테슬라를 앞지르겠다"는 글로벌GM은 총 10개 전기차 모델 가운데 아직까지 한 차종도 한국 공장에 배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GM의 한국사업장'이란 명칭 사용은, 수차례 철수설이 돌았던 한국GM의 위상 조정과도 연결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가깝게 철수설이 돌았던 때는 2018년이다. 당시 한국GM은 생산 조직만 남겨둔 채 연구개발조직을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세웠다. 한국GM의 몸집 줄이기로, 철수를 염두에 둔 조치란 시각이 제기됐다. 2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지분 17.04%보유)이 나서서 한국GM에 약 8000억원의 추가 출자를 해주는 조건으로 글로벌 GM으로부터 2028년까지 10년치 일감을 보장받으면서 철수설이 사드라들었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사장실에 난입해 가구를 부수고 철거하는 영상이 미국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는 등의 강성 노조의 폭력시위 반복, 여기에 파견직 불법 사용 문제로 2013년에 이어 최근 미국인 사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반복되면서, GM경영진의 충격이 누적됐다는 후문이다. 파견직을 직고용할 경우, 한국GM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관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GM이 한국 생산에 질려버렸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국법인 출범 20주년이었던 지난해 10월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대표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한국GM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른 GM 공장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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