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네이버 등 자사주 이용한 우호지분 확대 제한해야”

이정훈 2023. 1. 1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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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구소
구현모 케이티(KT) 대표이사. 연합뉴스

#1

케이티(KT)는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와 총 7459억원 어치의 자사주(자기주식)를 사고 팔면서 7.7%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같은 해 1월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신한은행이 케이티 지분 5.48%(4375억원)를, 케이티는 같은 금액의 신한금융지주 주식을 취득한다고 밝혔다. 두 거래 모두 해당 기업들은 ‘전략적 파트너십’이라고 밝혔지만, 우호지분 확대 차원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구현모 케이티 대표이사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로, 연임 도전에 나선 상황이다.

#2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자사주 6.02%를 매각했다. 이 가운데 3.17%는 엘지(LG)화학·한화 등과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했고, 장씨 일가가 전자계열을 맡고,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계열사를 경영했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두 집안 간 경영권 갈등이 있었고, 최씨 일가가 자사주를 통해 우호 지분을 늘렸다는 평가다.

경영진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른 회사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우호지분을 늘리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회사 자산을 경영진의 편익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19일 ‘자기주식 매각을 통한 우호주주 확보 사례’ 제목의 보고서를 내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2년 자사주 처분을 통해 우호주주를 확보한 거래는 33건이었고, 자사주를 매각한 회사는 46곳(중복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자사주를 맞교환해 서로 상대방 지분을 갖게 된 경우는 13건(26개사)이다. 또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유상증자에 참여(11건)하거나 계열사 주식 매입(3건) 등으로 상대 지분을 확보한 건수는 20건이었다.

이처럼 우호주주를 확보하려고 매각한 자사주 규모는 이 기간에만 6조6천억원에 이르고, 유상증자 참여나 계열사 주식 매입 등을 합하면 7조8800억원에 달했다. 이 방식으로 확보한 우호지분은 평균 2.49%였다.

자사주를 통한 우호지분 확보는 2020∼2022년에 집중됐다. 금호석유화학이 2021년 11월 자사주 0.56%(315억원)을 오씨아이(OCI)에 매각하며 그만큼의 오씨아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21건(46개사·63.63%)이 2020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에 따른 주주활동 강화와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국민연금이 2018년 투자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는 등 투자자들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우호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또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이 5% 이하인 곳이 11개 기업(23.91%)으로, 경영진 지분이 낮은 기업에서 자사주 거래를 통한 우호지분 확보 사례가 잦았다. 네이버가 거래 건수(7건)는 물론 금액(1조4872억원) 측면에서도 가장 적극적이었다. 네이버는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지분이 3.74%로 낮은데, 2017년 6월 미래에셋증권(1.71%)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씨제이(CJ)그룹, 2021년에는 신세계그룹·카페24 등과의 자사주 거래를 통해 우호지분 3.56%를 확보했다. 금액 측면에선 경영진 지분이 낮은 케이티가 7459억원(신한금융지주와 주식 맞교환 제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지분 경쟁을 벌인 삼성물산이 6743억원(케이씨씨(KCC)에 자사주 매각)으로 다음으로 많았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경영진 이익을 위해 회사 자산인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11년 개정된 상법을 되돌려 자사주 취득을 소각 목적을 제외하고는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자사주 처분을 특정인이 아닌 일반 공모 또는 주주배정으로만 가능하도록 하거나 상호주·자사주 보유 공시 강화 등과 같은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한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집단에 한해 자사주 처분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2021년 12월 제안했지만,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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