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사랑보다 높은 계급의 벽이란[TV와치]

박정민 2023. 1. 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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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또 결혼을 앞두게 되면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다른 것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수영이 상수가 자신을 만나기 전 망설였던 이유를 제 마음대로 재단했던 것처럼.

이들이 자신의 마음 속 깊게 자리한 선을 넘고 진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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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정민 기자]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또 결혼을 앞두게 되면 사랑하는 마음만큼이나 다른 것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상대방의 집안은 어떤지, 직업은 무엇인지 등등.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연출 조영민)는 사랑 앞에서도 이해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는 현실 연애를 그린다.

드라마 배경인 KCU은행 영포점에는 명확한 선이 존재한다. 지점장, 부지점장, 팀장 등 계급이 명확한 사회다.

이 계급은 사랑에도 적용된다. '사랑의 이해' 속 모든 관계에는 사랑보다 깊은 신분의 벽이 자리하고 있다. 텔러 출신인 안수영(문가영 분)은 능력을 인정받음에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 고졸이라는 꼬리표가 늘 그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수영이 느끼는 초라함은 사랑에도 적용된다. 하상수(유연석 분)에게 마음을 줬지만, 자신을 만나러 오기 전 하상수가 보인 잠깐의 망설임을 눈치채곤 차갑게 돌아선다. 발버둥 쳐봤자 자신이 가진 처지는 고작 이 정도라고 되내이면서.

수영이 좋은 스펙을 가진 하상수에게 느끼는 마음은 하상수가 여자친구인 박미경(금새록 분)에게 느끼는 감정과도 비슷하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하상수에게 박미경 어머니는 첫 만남에서 노골적으로 부모님 직업을 궁금해한다. 상수가 VIP 접대로 갔던 골프 라운딩 상대는 미경의 아버지다. 그래서일까. 상수는 미경이 자신을 생각해서 준 차, 옷들을 부담스럽게 느낀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인 정종현(정가람 분) 역시 가진 것이 없는 자신에게 집까지 내어준 수영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서투른 마음으로 엇나가기도 한다.

반면 미경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받는 편견이 싫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왔지만, 결혼식장에서 본 동창은 미경이 노력해서 받은 전액 장학금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뺏은 것이라고 일갈한다.

이처럼 '사랑의 이해'는 각자의 처지는 다르지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관계 안에서도 존재하는 빈부 차이를 섬세하게 녹이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극 전개는 잔잔한 편이다. 또한 인물의 행동 이유가 뒤늦게 공개되는 식으로 전개된다. 일례로 수영이 상수에게 그날 약속에 왜 나오지 않았냐고 차갑게 쏘아붙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 후에야 두 사람이 꽤나 진지하게 만나고 있었고, 상수가 수영과 만남 전 왜 잠깐 망설였는지 이유가 밝혀진다. 주인공 감정선을 인내심 있게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감의 사이다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때문인지 시청률은 2%대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 감정을 따라 몰입해가는 묘미가 쏠쏠한 드라마이다. 이들 마음에 자리한 어떤 '선'은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의 시야를 좁히기도 한다. 수영이 상수가 자신을 만나기 전 망설였던 이유를 제 마음대로 재단했던 것처럼. 이들이 자신의 마음 속 깊게 자리한 선을 넘고 진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JTBC '사랑의 이해')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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