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UAE 적은 이란’ 발언 논란에도 김 여사는 외교 무대 전면서 단독 일정 등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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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에서 윤 대통령과 밀착 동행하며 해외 정·관계 인사들과 인연을 맺고, 문화·예술 행사에 참여하는 등 영부인 역할에 본격 나서고 있다.
1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4일부터 UAE 국빈 방문과 스위스 순방에서 단독 일정을 총 5차례 소화했다. 정상회담 등 공무상 외교를 제외하면 윤 대통령의 순방 동선 대부분에서 김 여사가 동행했다.
김 여사는 15일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의 국빈 오찬에서 만수르 부총리 옆자리에 배석했다.
만수르 부총리는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한국 방문 때 들를 만한 좋은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김 여사는 "한국을 찾으면 관광지를 추천해주겠다"며 향후 별도로 연락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같은 날 UAE 수도 아부다비의 '바다궁'에서 모하메드 대통령의 어머니인 파티마 여사의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엄마와 딸' 수준의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파티마 여사는 김 여사의 미모와 인문학적 소양에 큰 감명을 받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화가 오갔다는 전언이다. 파티마 여사는 한국 방문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는 '문화 교류' 행보에도 적극 나섰다.
김 여사는 지난 15일 누라 알 카아비 UAE 문화청소년부 장관과 환담을 갖고 양국 문화 교류 활성화를 당부했다. 대통령궁인 '알 와탄 궁' 도서관을 찾았을 때는 한국 책을 언급하며 "한국 문화콘텐츠가 책에서 영화나 드라마로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어 김 여사는 올해 6월 예정된 서울 국제도서전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는데, 알 카아비 장관은 "꼭 참석해보려 한다"고 화답했다.
17일에는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 셰이카 라티파 빈트 무함마드 알 막툼 공주와 환담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트페어, 북페어, 두바이 디자인주간 등 미래를 준비하는 프로젝트에 아직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두바이가 다양한 문화교류를 통해 미래를 함께 열어가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8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 총회에서 영상작가 이미 흄즈, 싱어송라이터 아키노암 니니(노아), 기타리스트 길 도르, 사진작가 안토니우 플라톤, 미술가 맥스 프리더 등 세계 각 분야 예술가들을 만나 "여러분들과 같은 예술가들은 세상을 바꾸는 혁명가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김 여사의 적극적인 행보는 두 달 전 동남아 순방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김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콘셉트로, 주로 비공식 봉사 활동에만 집중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첫 동남아 순방길에 오른 김 여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 집에 찾아가 어린이 환자와 사진을 촬영했다.
이를 두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외신과 사진 전문가들은 김 여사 사진이 자연스러운 봉사 과정에서 찍힌 사진이 아니라 최소 2∼3개 조명까지 설치해 사실상 현장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찍은 ‘콘셉트’ 사진으로 분석한다”며 외교 결례이자 국격 실추라고 강조하며 ‘빈곤 포르노’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김 여사의 이같은 행보와는 달리 윤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라고 발언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UAE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고 비판한 한편 각계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빠른 수습을 촉구했다.
특히 이란 외무부는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정정을 요구했다.
반관영 ISNA 통신은 현지시간 18일 레자 나자피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이 윤강현 한국대사를 만나 한국 정부에 입장 정정을 요구했다고 외무부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나자피 차관은 “이란이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자피 차관은 또 이란 자금 동결 등 한국 정부의 비우호적 조치를 언급하며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앞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 발언을 ‘실언’이라고 규정하고 신속하고 성의 있게 수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논란을 언급 “결코 말로 대충 얼버무릴 사안이 아님을 인지하고 물밑 외교에 최선을 다해주길 충심으로 바란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중동 외교는 신남방, 신북방과 함께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중심축”이라며 “특히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는 미래 산업의 근간인 에너지 사업과 관련하여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어느 한 나라 중요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며 “국회에도 신속히 비서실장이나 안보실장을 보내 여야 모두에게 성의있는 설명과 함께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 전 원장도 “윤 대통령이 적극 진정시키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 전 원장은 앞선 17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한국과 이란의 관계에 대해 소개하며 “엄격하게 말하면 한국, 이란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이란 문제에 우리가 딸려 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제가 아랍에미리트 가서 보니까 이스라엘도 이란하고 민간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는 등 관계 개선이 많이 돼 있더라”라며 “아랍에미리트도 정부 기관 간에 서로 대화가 많은데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고 왜 큰소리 쳐버리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닐 거다. 우리 상선들도 피랍 조심해야 한다”며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대화를 잘 해야 한다. 외교에서 대통령의 언어, 대통령의 말씀은 항상 검토되고 정제되고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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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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