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수도', '마약왕의 도시'에서 벌어진 기적 같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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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수도, 마약왕의 도시.
불과 30여 년 전까지 콜롬비아의 도시 메데진에는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외에도 메데진의 도시 정책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 밀도가 높아서(혹은 낮아서)' '예산이 부족해서' 갖은 이유로 도시재생을 미뤄왔지만 이제는 메데진을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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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기적의 도시 메데진'
살인의 수도, 마약왕의 도시.
불과 30여 년 전까지 콜롬비아의 도시 메데진에는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의 근거지이자 하루 평균 16명씩 살해당하던 폭력의 온상지였으니 그럴 법도 했다. 이 범죄도시에 유수한 도시계획가들의 손길이 닿자 기적이 일어났다. 2013년 월 스트리스 저널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로 꼽히는가 하면, 국제사회에서 각종 굵직한 상 70여 개를 받으며 도시의 롤모델로 거듭난 것이다.
비결은 화려한 관광 랜드마크도, 터전을 부수는 재개발도 아니었다. 도시계획가들이 내놓은 해답은 불평등 해소. 범죄와 가난으로 얼룩진 시민들에게 편리한 교통과 쾌적한 주거 환경부터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예컨대 하수천을 오염시키던 후안 보보 개울 근처 슬럼가에는 주택과 녹색 공공지대를 늘려 문제를 해결했다. 달동네로 인식이 안 좋았던 산 하비에르 마을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고 벽화를 그려 고달프고 칙칙한 이미지를 벗겨냈다.
이외에도 메데진의 도시 정책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속가능한 교통 정책을 두고 저자는 “’피라미드 뒤집기’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동차를 가장 귀하게 모시고 도시철도 사업에 매진하면서, 정작 걷기를 등한시하는 기존의 피라미드를 거꾸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데진은 걷기를 최우선시하면서 지역 여건에 따라 케이블카, 트램 등 다양한 대중교통을 운용하고 자동차의 도로 점거 시간은 제한한다. 기존 피라미드의 전형인 서울과 정반대다.
‘인구 밀도가 높아서(혹은 낮아서)…’ ‘예산이 부족해서…’ 갖은 이유로 도시재생을 미뤄왔지만 이제는 메데진을 살펴볼 때다. 빈부격차와 교통체증,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난립으로 고통받는 우리 도시가 따를 만한 대안이 존재한다니, 얼마나 희망적인가.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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