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G, 이스타항공 살려낼까…5대 관전 포인트
이달 중 자금 납입해 최대한 빠른 AOC 재발급 목표
VIG 인수 청사진 현실화 위해 필요한 과제 '첩첩산중'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지난 4년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 창업주인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횡령·배임과 취업 비리 의혹,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며 수렁에 빠졌다. 파산 위기까지 갔지만 건설업체인 ㈜성정이 1200억원 가량을 투입하면서 작년 3월 가까스로 회생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정상화는 쉽지 않았다. 매출 없이 고정비만 나가는 상태가 지속하면서 성정도 매각을 결정해야 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이하 VIG)가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된 배경이다.
VIG는 성정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구주 전량을 35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최대 12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한다. 이스타항공 살리기에 들이는 비용만 1500억원에 이른다. VIG가 그리는 청사진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5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AOC 재발급 순항
첫 단추는 변경면허 발급이다. 항공사 대표 변경은 변경면허 대상이다. VIG는 조중석 전 아시아나항공 전무를 이스타 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항공사업법령은 소비자 보호와 항공기 안전 투자를 위해 운항 개시일로부터 3년간 운영비 등을 충당할 수 있는 재무능력을 면허기준으로 두고 있다. 사업계획, 모회사의 자금지원 여력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변경면허를 발급받더라도 관건은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이다. AOC는 항공사가 안전 운항을 위한 인력과 시설, 장비, 운항·정비 시스템 등을 모두 갖췄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9월 경영난으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 운항을 중단하면서 2020년 5월 AOC 효력을 정지당했다. 2021년 12월 성정과 M&A 계약 절차를 끝낸 후 재발급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성사하지 못했다. 성정 체제 하에서 이스타는 단 한 차례의 운항도 하지 못했다.
VIG는 이달 중으로 인수대금을 최종 납입해 거래를 종결한 후 AOC 발급을 최대한 당기겠다는 계획이다. AOC 취득 시 국토부로부터 노선 허가 및 슬롯(공항에서 특정 시간에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권리) 배분을 신청, 이르면 4월 국내선 슬롯을 활용할 예정이다. 하반기엔 현재 보유한 B737 항공기 3대에 더해 3대를 더해 국제선 운항에도 나선다. VIG는 계획대로 성사된다면 내년 손익분기점(BEP) 달성도 내다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스타 AOC 재발급 관련 국토부가 경찰에까지 수사를 의뢰한 전력이 있어 관련 부처가 더욱 면밀하게 살필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2021년 12월 AOC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제출된 회계자료와 2022년 5월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회계 자료의 차이가 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 수사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지만 국토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실시해 AOC 허용 여부를 엄격히 심사하겠다는 방침 하에 자료 보완을 지속 요청하고 있다.
AOC 재발급이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VIG의 시너지 시나리오엔 차질이 생기게 된다. 대개 AOC를 받기까지 90일 가량이 걸린다. 실제 준비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시정하는 기간까지 감안하면 최대 6개월까지도 소요된다. 비행기가 뜨기 전까진 매달 50억원의 적자도 감내해야 한다. AOC가 늦어질수록 고정비 부담도 커져 인수 후 수익화 시점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VIG가 국토부에 AOC 재발급을 주장할 명분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의 자금 투입 의지가 강한데다 항공업의 부흥과 이스타 임직원 생계 유지 등도 근거로 들 수 있다. 국토부가 이스타 AOC 재발급을 미룰 경우 항공사를 방치해 부실을 야기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꾸준한 자금 투입
항공업은 항공기 리스료, 공항 사용료, 항공 유류비 등 지출 항목이 많다. 수차례 새 주인 찾기에 나서면서 매각 작업이 장기화, 백오피스 정상화 등 종합적인 인력 보강도 불가피하다.
기재 도입도 마찬가지다. 이스타는 현재 보유하던 비행기를 대부분 리스사들이 회수해감에 따라 활용 가능한 항공기가 3대 수준에 불과하다. 정상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 추가 3대 도입을 계획 중이다.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대내외 출입국·운항규제 완화에 따른 여객 수요 확대 전망은 긍정적 요소다. 작년까지는 화물운송에서 재미를 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정도만 온전히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여객 수요 회복에 따라 LCC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반사수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에 따라 양사 LCC 계열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된 LCC 출범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3개 LCC 보유 노선 중 중복 노선은 점유율에 따라 경쟁 제한성 해소의 대상이 된다. 중복 운수권 및 슬롯이 다른 LCC들에게 재배분되기 때문에 이스타항공 역시 이들 합병에 따른 반사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LCC와 비교해 운항 이력이 많다는 이점이 있지만 단거리 전략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제주항공과 중장거리 노선 취항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티웨이항공은 여전한 경쟁 위협요소다.
양사 합병을 확신하기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현재 경쟁당국 기업결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및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의 승인만이 남았지만 미국 경쟁당국이 합병에 있어 미온적인 분위기로 전해진다.
VIG가 이스타항공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실질적인 이득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창업주 이상직과 선긋기
항공업계는 그간 이스타항공의 재운항에는 재무적인 문제 외에도 정치적인 역학관계가 크게 작용해왔다. 회생절차 종결로 지분관계가 정리된 이후에도 이스타항공과 창업주, 그리고 인수자였던 성정에 대한 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국토부도 그간 성정과 이상직 창업주가 사전에 교감을 나누는 등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VIG는 이스타 인수 전 성정을 한 단계 거치면서 창업주 이상직 전 의원과의 고리는 완전히 단절됐다고 보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인수계약 거래 상대방은 엄연히 창업주가 아닌 성정이란 점에서다.
이번 인수 실사 과정에서 성정과 창업주 간 연결고리와 인수 사유까지는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타항공의 대외적인 이미지로 여전히 창업주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기업가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 될 수 있다.
재매각 성사
VIG는 성과 시한이 있는 펀드다. 결국 재매각에 성공해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4호 펀드의 8번째 포트폴리오로, 투자액 전액을 펀드재원으로 활용했다.
앞선 인수자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수익을 보지 못했다. 의지가 부족한 건 아니었다. 형남순 성정 회장은 과거 이스타항공 인수 참여 당시 자금 동원력에 대한 업계 우려에도 보유자산 매각 각오를 드러내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수 이후 재운항이 연거푸 좌절될 때에도 외부 투자유치를 통한 지원 가능성만 열어둘 뿐 지분 완전 매각은 거리를 뒀다. 결과적으로는 700억원에 인수(별도 운영비 제외)한 회사를 350억원에 팔았으니 약 350억원의 투자 손실을 본 셈이다.
VIG는 2016년부터 저가항공사 인수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주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항공업황이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는 현재가 인수 적기란 판단이 있었다. 추후 중견기업으로의 재매각을 기대 중이다. 수차례 손바뀜에도 정상화에 실패했던 이스타항공을 VIG가 살리는데 성공한다면 PEF 업계의 성공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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