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따뜻한 리더십' 뉴질랜드 총리, 마니아 열풍 뒤로 한 채 전격 사임

김예슬 기자 2023. 1. 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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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사의를 밝혔다.

2017년 37세 나이로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총리직에 오른 아던 총리는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 현상을 일으키며 좌파 정치와 여성 리더십의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이 사건으로 51명이 숨졌는데, 아던 총리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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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총리' 등극에 3달 딸과 함께 유엔총회 참석
총기 사건에 단호…코로나 초기 대응으로 인기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 전격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사의를 밝혔다. 2017년 37세 나이로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총리직에 오른 아던 총리는 '저신다마니아(Jacindamania)' 현상을 일으키며 좌파 정치와 여성 리더십의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던 총리는 "이제 내게 시간이 왔다. 탱크에는 추가 4년을 위한 충분한 양이 없다"며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2017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 대표에 오른 뒤 좌파연합의 승리를 이끌며 총리로 취임했다. 정부 내 직책을 맡은 경험 없이 총리직에 오르며 '벼락 총리'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취임 이듬해에는 첫 자녀를 낳으며 현직 총리로는 재직 기간 중 두 번째로 자녀를 출산한 총리가 됐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3개월 된 딸과 참석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2019년 3월16일 (현지시간) 크라이스트처치의 캔터베리 센터에서 51명이 숨진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사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아던 총리가 강한 리더십으로 주목받은 건 2019년 3월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총격 테러 사건 때부터다. 당시 이 사건으로 51명이 숨졌는데, 아던 총리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신속하게 움직였다.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으며, 테러 사건이 무슬림 이민자와 연관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수치스럽다'고 일축했다. 또 검은색 히잡을 쓰고 유족을 껴안으며 위로하는가 하면, 즉각 총기 규제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아던 총리는 이 테러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에게는 단호함을, 자국 내 무슬림들에게는 섬세한 배려와 포용의 정치를 보여줬다. 뉴질랜드를 도울 방법으로 '공감과 사랑'이라고 답하며 '따뜻한 리더십'의 표본으로 불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만 하더라도 아던 총리의 지지율은 고공행진했다. 발생 초기에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 제한령을 내리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6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을 국민들과 분담하겠다는 취지로 6개월간 연봉을 20% 삭감하기도 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왼쪽)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해 11월3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22.11.30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여성 지도자'의 면모도 두드러졌다. 아던 총리와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이, 성별 같은 공통점이 많아서 만났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존 키 전 뉴질랜드 총리의 정상회담 때도 둘이 키와 나이가 비슷해서 만났냐고 물었는지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인기를 등에 업고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처와 물가 상승 등은 지지율 부진으로 이어졌다. 아던 총리의 지지율은 29%로 취임 후 가장 낮았고, 노동당 지지율도 33%로 야당인 국민당보다 5%포인트(p) 밑돌았다.

뿐만 아니라 '핫마이크'의 덫에 걸리기도 했다. 지난달 하원 대정부질문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야당 대표에게 '건방진 놈'(arrogant prick)이라고 말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아던 총리는 총리직을 사퇴하더라도 선거인단 의원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아던 총리는 "나는 우리가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떠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의 사임은 2월7일부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당원협의회가 오는 22일 새 지도자를 선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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