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겪고도 힘 못 받는 '백신 주권'…작년 백신 무역수지 1조 적자

이창섭 기자 2023. 1. 19. 14: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물량 수출로 지난해 1분기만 무역수지 흑자백신 자급률 35.7%… "R&D 파이프라인 다양화 지원해야"

지난해 우리나라 백신 무역 수지가 1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약 2조원대 적자에서 줄어들긴 했지만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 등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으나 연구·개발 능력 부족 등으로 추진력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 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체 백신 무역수지는 8억800만달러(1조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9억4100만달러(1조1651억원), 수입은 17억4900만달러(2조1656억원)였다.

1분기에는 수출 4억5800만달러, 수입 3억2900만달러로 1억29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물량이 본격 수출되면서 지난해 1분기 무역수지 흑자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하반기로 갈수록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결국 1조원대 적자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는 2021년 18억3600만달러(2조2750억원)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그러나 2018~2020년 평균 무역수지 적자인 1억3500만달러(1672억원)보다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호주가 우리나라의 최대 백신 수출국이었다. 이어 대만, 싱가포르, 멕시코, 페루가 뒤를 이었다. 최대 백신 수입국은 벨기에이며 미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순으로 수입 비중이 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 연구센터는 "지난해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등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코로나19 변이 발생에 따른 후속 개량백신 개발 지연·경제성 부족·개발 및 인허가 경험 부족으로 백신 주권 확보 추진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은 35.7%에 불과하다. 전 세계 상용화 백신 28종에서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해 생산할 수 있는 백신은 10종뿐이다.

백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더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2010년 이후 국내 기업들은 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투자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개발해 WHO-PQ(세계보건기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WHO Pre-Qualification)를 획득한 인플루엔자 백신 제품만 10개에 달한다. 그러나 시장 수요가 적은 백신은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피내용 결핵(BCG) 백신과 수막구균 백신이 대표적이다. 피내용 결핵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며 여러 번 공급 중단 사태로 위기를 겪었다. 현재 GC녹십자가 'GC3107A'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결핵 백신을 개발 중이다. 수막구균 백신은 2021년 글로벌 제약사 GSK가 무려 1년간 국내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게 수막구균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정부도 백신 주권 확보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2021년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이 발표됐다. 당시 정부는 K-글로벌 백신허브화 사업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제1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 생산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

올해 고부가가치 백신 개발 예산은 89억8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백신 기반기술 개발 사업에는 103억5000만원이 책정됐다. 공공백신 개발 지원 사업에는 101억원이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방향은 국내 백신 R&D(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국내 개발 백신을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에 포함시켜 어느 정도 매출 확보를 가능케 하는 것도 중요한 간접적 지원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