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면 없는 게 없는 '유세풍2', 모든 장르가 다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 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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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부터 코미디·추리·의학·멜로·액션까지...‘유세풍2’가 통합한 장르들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tvN 수목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는 대단한 기획의도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한 시간 이 세계 속에 눈을 담고 있으면, 어딘가 복잡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굉장한 거대 담론의 서사는 없어도 민초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소박한 삶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삶이 그들에게는 생사를 오가는 무게를 갖고 있다는 걸 공감하게 되고, 그들을 치유하는 이 유세풍(김민재)과 서은우(김향기),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하는 계수의원 사람들의 공조에 힐링과 위안을 느끼게 된다.

시즌1에서는 왕을 죽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세풍의 다소 굵직한 이야기가 전편에 깔렸지만, 시즌2는 이제 그 세자가 왕이 되어 유세풍을 총애하고 이를 시기하는 내의원 의관들과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 시즌1과 비교하면 갈등구조가 그리 첨예하진 않다. 유세풍과 대결하는 내의원 의관 전강일(강영석)만 봐도 계수의원 사람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보이지만 그 역시 서은우 앞에서는 한 여인을 흠모하는 멜로 눈으로 바뀐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팽팽한 대결구도가 갖는 긴장감보다는 계수의원 사람들이 매 회 맞이하는 특정한 사건들을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살려 풀어가는 그 묘미의 힘에 의해 굴러간다.

첫 에피소드로 등장한 궁궐 내에서 벌어진 귀신소동의 과정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다채로운 장르적 재미들을 캐릭터를 통해 풀어가는가를 알 수 있다. 궁궐에서 귀신을 봤다는 궁녀들이 속출하고 왕조차 그 환영에 시달리는 사건은 결국 유세풍과 서은우의 수사를 통해 우물에 환각을 일으키는 독초를 넣은 내관이 범인이라는 걸 밝혀낸다. 여기서 서은우는 특유의 추리력으로 백합향이 나는 선녀풀이 원인이라는 걸 찾아내 귀신소동의 전말을 밝히고, 유세풍은 왕의 환영이 병이 아니라 백성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로 심의(心醫)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즉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는 유세풍과 서은우라는 조선 시대의 두 인물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장르적 색깔을 하나로 묶어낸 드라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사극이 갖는 신분계급 차별이 극명히 드러나는 환경 속에서 힘겨운 나날들을 버텨내는 민초들과 그들을 돕는 서사가 힘을 발하고, 침을 놓지 못하게 됐지만 심의로서 활동하는 유세풍이 <허준> 같은 병자를 살리는 의학드라마의 재미를 만들어내며, 여기에 남다른 추리력을 가진 의원 서은우가 합류함으로써 추리 장르의 서사까지 더해 놓는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에 밀고 당기는 멜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서민들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조선시대판 의원 '어벤져스' 같은 느낌을 주는 계수의원 사람들 역시 저마다의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서사와 장르적 재미를 더해 넣는다. 계지한(김상경) 같은 괴짜 의원이나 한때 한 주먹 했던 만복(안창환) 같은 머슴이 매번 만들어내는 감초 그 이상의 코미디나 액션이 있다면, 마음 착하지만 사고뭉치인 입분(김수안)이나, 어딘가 든든한 아지매 남해댁(연보라), 치매지만 그래서 할 말은 다 해주는 속 시원한 할망(전국향), 그리고 마치 AI처럼 순수한 목소리로 바른 말만 하는 장군(한창민)이 만들어가는 따뜻하고 코믹한 가족 서사도 빼놓을 수 없다.

굉장한 거대 서사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러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그들이 펼쳐놓는 다양한 장르적 결을 가진 깨알 같은 에피소드들이 한 번 보면 계속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 드라마의 힘이다. 물론 유세풍의 '심의'와 서은우의 '추리'가 이렇게 하나로 묶여질 수 있는 힘은, 조선사회가 가진 신분계급의 틀이 있어 가능해지는 일이다. 그 누군가를 죽게도 만드는 차별 속에서 마음의 병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은 과연 조선사회에서나 있는 일일까. 자본에 의해 나뉘게 된 신계급사회의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의 시청자들에게도 이 드라마가 어떤 위로를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법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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