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엔 세입자 갑질" 보증보험금 받고 명도 거부… HUG 약관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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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보증금 일부만 가입해 보험금을 받고도 고의로 명도를 미루는 세입자 사례가 적발됐다.
HUG 측은 이와 같은 사례가 처음 있는 일로 세입자가 보증금 일부만 보증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집주인에게 남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최대한 빨리 명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B씨처럼 전체 보증금의 일부만 가입해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내부 검토 후 예외적으로 대위변제를 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을 신설할 수 있다는 게 HUG 측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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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HUG와 임대인 A씨에 따르면 2019년 세입자 B씨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아파트에 보증금 4억95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 당시 B씨는 보증금의 95%에 해당하는 3억9000만원만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했다.
통상 임차인은 보증금 전체를 대상으로 보증상품에 가입하지만 보증한도 이내에서 원하는 금액만 보증받을 수도 있다. 2년 후 B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전세계약을 연장했으나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A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해지 통보가 있은 지 3개월이 경과하면 계약은 효력을 잃는다.
A씨는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통보로 여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해당 아파트를 매각하려 했으나, B씨가 매수 희망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결국 계약 해지일까지 보증금이 미반환됐다.
HUG 약관에 따르면 보증채권자는 계약 해지일로부터 1개월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공사에 보증채무 이행을 요청할 수 있다. 이때 세입자가 이사했거나 이사 예정이라는 내용의 명도확인서 또는 퇴거예정확인서 등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주채무자(임대인)의 이의제기가 있는 경우 HUG는 권리관계와 점유상황 등을 심사할 의무를 진다. 이때 심사 결과에 따라 보증채무 이행이 거절·유보될 수 있다. B씨는 이사를 가지 않고 이듬해 5월 HUG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A씨는 이때 서면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HUG는 B씨에게 보증채무를 상환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 채로 이사를 하면 종전에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상실되므로 추후 보증금을 반환받기가 어려워진다. B씨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들어 보증금 95% 상당의 금액만 돌려받고 명도를 거부했다. A씨는 보증금 5%에 해당하는 1950만원을 상환하려 했으나, B씨가 계좌 거래를 중지시켜 이를 막았다.
A씨는 결국 같은 해 8월 B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B씨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A씨 명의의 집에 거주하고 있다. HUG 측은 이와 같은 사례가 처음 있는 일로 세입자가 보증금 일부만 보증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집주인에게 남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최대한 빨리 명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금반환과 명도 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면서 "즉 사정을 떠나 임차인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때까지 명도 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공사는 집을 비우도록 강제할 수 없다. 공사 약관보다 임대차보호법이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UG 약관에 따라 세입자가 명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보증이행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전체 보증금을 대위변제했을 때만 해당한다. B씨처럼 전체 보증금의 일부만 가입해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내부 검토 후 예외적으로 대위변제를 하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을 신설할 수 있다는 게 HUG 측 입장이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오페스 대표변호사는 "세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퇴거하지 않는다고 해서 집주인이 동의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경우 주거침입죄나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경우 보증금을 공탁한 후 명도소송에서 승소해 강제집행을 한 뒤 추후 무단 점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별도로 진행하는 게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짧아도 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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