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더 버니까…" 끼리끼리 결혼 덜 하는 한국, 왜?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비슷한 여성과 남성이 '끼리끼리' 결혼하는 이른바 동질혼 경향이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선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남성의 아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에 전념하는 등의 사례가 많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국제비교를 중심으로'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 지수는 1.16배로 분석대상국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6배)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대상 34개국 가운데 최하위다.
이는 고소득자와 고소득자, 저소득자와 저소득자 등 부부 소득이 유사한 가구가 무작위로 결혼한 가구에 비해 얼마나 빈번히 관측되는지 나타낸 것으로, 한국이 주요국보다 동질혼 경향이 더 낮다는 의미다.
고소득자 개인과 저소득 개인이 만나서 중간소득 가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가구 단위에서는 중간 소득자가 되기 때문에 개인 소득 불평등에 비해 가구 단위의 소득 불평등이 줄어드는 '소득공유 효과' 발생한다.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중간소득자 끼리 결혼은 이질혼 경향을 보인다.
한은이 개인과 가구소득을 다섯단계로 나눠서 살펴본 결과 모든 나라에서 비슷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취업자와 비취업자까지 포함한 전체 개인의 근로소득 불평등'이 '가구 근로소득 불평등'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어느 나라에서나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불평등 해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소득 10분위 남편과 아내의 결혼이 관측되는 빈도는 무작위 결혼(제비뽑기식 결혼)의 2.2배였지만, 주요국은 3배였다. 한국에서 '전문직·대기업' 부부 등 고소득층끼리 결혼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에서 소득 10분위 남편과 소득 0분위 아내의 결혼이 관측되는 빈도는 1.2배지만, 주요국 평균은 0.9배였다.
한국의 가구 소득 형성단계별 지니계수(0=완전 평등, 1=완전 불평등)를 주요국과 비교한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취업자 근로소득의 지니계수는 0.452로, 분석 대상국 28개(세후소득 집계 6개국 제외)국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반면 가구 근로소득 지니계수(0.361) 순위는 24위로,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즉 소득 취업자 근로소득 불평등은 다른 나라보다 심하지만 동질혼 경향성은 낮아 우리나라의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가 주요국에 비해 크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이 1인 가구와 한부모 가정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가구 소득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14.7%, 한부모 가구 비중은 4%다. 주요국 평균이 각각 22.6%, 7.4%인 것에 비해 낮은 편이다. 1인 가구 비중이 더 낮으면 결혼을 통해 소득공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불평등을 낮추는데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한은이 우리나라의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주요국과 같아진다고 가정한 결과, 우리나라 가구 균등화 근로소득 지니계수는 실제 0.361에서 평균 0.396으로 10%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가 북유럽과 같아지는 다소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한다면 가구 균등화 근로소득 불평등은 실제 0.361에서 0.417까지 15~16% 정도 상승하며, 이 경우 우리나라 가구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 순위는 현재 주요국 중 10위에서 콜롬비아, 미국에 이어 3위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한국에서 소득 동질혼 경향성이 낮은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고소득 남성의 외벌이가 많은 것은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가구 내 분업현상 때문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혹은 아내가 결혼 후 경력단절 등으로 피치 못하게 가사를 담당하게 돼 남성이 외벌이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단정적 결론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소득동질혼 경향과 가구구조가 불평등 완화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줄이고 공적인 불평등 완화기제를 갖춰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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