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퇴장에 다올인베스트먼트 M&A '흔들'…원점 재검토 의견도
인수 가격 적정성 논란...새 경영진이 최종 인수 여부 판단할듯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 경영권 인수를 공식화한 지 하루만에 경고등이 켜졌다.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퇴진을 선언하면서다. 손 회장 연임을 염두에 두고 신속하게 진행돼온 만큼 새 경영진이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내부적으로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가격 등에 대해 재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에 따라서는 인수 자체를 원점 재검토 해야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날(17일) 다올금융그룹과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올투자증권이 보유한 다올인베스트먼트 경영권 지분 52%를 2150억원에 매입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올인베스트먼트 M&A는 손 회장이 거래 시작부터 가격 협상까지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추진 해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의 연장선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손 회장의 연임을 위한 성과 쌓기의 일환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다.
이번 거래는 손 회장 측 인사로 분류되는 박화재 사업지원총괄 사장이 진두지휘 했으며, 다올인베스트먼트 출신인 양기현 사업포트폴리오 부장이 실무를 담당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1차 후보군(롱리스트) 선정일(18일) 직전에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관련 우선협상대상자 MOU를 체결한 것도 이번 거래가 손 회장 연임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손 회장이 이날 연임 포기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안팎에서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적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수 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거래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의견과 적정 가격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 거래 금액은 계약일 주가 대비 16%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한 수준이다. 통상 상장사 M&A의 경영권 프리미엄보단 낮은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는 반면 단독 입찰 상황에서 후한 액수라는 의견도 있다.
매각 측 관계자는 "1세대 VC로 그간 쌓은 성과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해 3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됐고, 향후 자금 회수 일정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VC의 경우 순자산비율(PBR)보다는 주가순이익율(PER)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28억원 정도인 상황에서 현재 주가는 매각 기대감이 지나치게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 다올인베스트먼트 인력이 대거 이탈한 것과 토스 운영사인 비바퍼블리카 등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은 기업가치에 있어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규 경영진이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지주가 구속력 있는 MOU를 체결했지만 거래 무산에 대한 불이익이 크지 않아 중단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지주의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선 벤처캐피탈(VC)보다는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높다. 물론 평판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경영진 교체라는 이유만으로는 거래를 무산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거래가 무산될 경우 다올금융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장 거래 무산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금융지주의 수장이 누가 될지에 따라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에 대한 의견이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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