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볼트 파산...포스코케미칼 "유럽공략 문제 없어"
영국의 신생 배터리업체 브리티시볼트가 파산했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해외 고객사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며 브리티시볼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파산 소식에 포스코케미칼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현지 공략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관련업계와 로이터·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브리티시볼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런던 고등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체 직원 232명 중 206명에게 해고 통보했다.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잉글랜드 노섬벌랜드(Northumberland)에 38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다가 자금난에 휩싸인 게 원인이었다.
신공장 건설에 필요한 금액은 총 38억파운드(약 6조원)다. 브리티시볼트는 전체 비용을 모금하지 못한 상태서 공사를 시작했고, 신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게 되면서 자금난에 내몰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리가 인상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주요 기관들이 외면했고, 신규 공급계약 체결에도 실패하며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영국에서는 브리티시볼트의 파산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동화 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현재 영국에는 중국 엔비전AESC가 선덜랜드에 운영하는 1.9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이 전부다. 영국은 2030년부터 신규 내연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브리티시볼트가 파산하면서 전동화 전략의 핵심인 배터리 상당수를 수입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영국은 비상이지만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전체 시장에 가해질 영향은 미미하다. 브리티시볼트가 확보한 고객사도 소수의 자국 완성차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중국 등 주요 배터리 메이커의 유럽 시장 지배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소재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공급할 수 있는 물량보다 수요가 높다.
포스코케미칼 역시 마찬가지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공략 차원에서 브리티시볼트와 배터리 소재 개발·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국내 기업 중심이던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있는 포스코케미칼이 화유코발트(중국), 제너럴모터스(GM·미국), 모로우배터리(노르웨이)에 이어 4번째로 맺은 해외 파트너십이었다.
법인이 청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시 체결한 MOU는 여전히 유효하다. 새 주인을 찾는다면 포스코케미칼이 구상한 유럽공략 구상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문제는 브리티시볼트의 새 주인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브리티시볼트는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신규 투자 유치, 고객사 확보와 더불어 인수 후보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국내 배터리업계 역시 브리티시볼트 인수에 부정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금·인건비 등 동유럽에 비해 서유럽 지역의 고정비가 많이 들어 상대적으로 투자하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서유럽 지역의 투자가 단행될 경우 영국보다는 제조업 기반이 잘 닦인데다 영국보다 물류비 부담이 적은 독일·프랑스가 우선시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독일에 배터리공장을 설립한 CATL도 2공장은 동유럽 지역에 설립할 계획이다. 다른 기업들 역시 동유럽과 독일·프랑스 정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포스코케미칼과 브리티시볼트의 협력에 금이 갈 가능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다만 협력에 금이 가더라도 포스코케미칼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브리티시볼트 공급이 무산돼도 대체할 잠재 고객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유럽·중국 등 핵심 전기차 시장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토대가 이미 마련된 상태다"면서 "다수의 전기차·배터리 회사로부터 협력·공급 논의가 계속되고 있어, 브리티시볼트 파산이 사업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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