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그랜드슬래머’는 왜 없을까 ··· 박민지·김효주·전인지 ‘KLPGA 그랜드슬램 1호’ 경쟁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3. 1. 19. 13: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민지. <사진 KLPGA 제공>
현 여자골프 세계랭킹 9위 김효주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던 2014년, 시즌 5승을 거뒀는데, 그 중에는 한국여자오픈, 한화금융 클래식,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그리고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포함됐다. 현재 KLPGA 투어 5개 메이저대회 중 4개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하지만 김효주는 KLPGA 투어 ‘그랜드슬래머’가 아니다. 당시 한화금융 클래식은 메이저대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화금융클래식은 2017년이 돼서야 한화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대회로 승격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2008년 신지애는 현 5개 메이저 대회에 속한 대회들인 한국여자오픈, KLPGA 선수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 그리고 하이트컵 여자프로골프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신지애 역시 ‘그랜드슬래머’가 아니다. 하이트컵은 그 다음 해인 2009년에 가서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대회로 승격됐기 때문이다. 당시 메이저대회는 한국여자오픈, KLPGA 선수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까지 3개로만 운영되고 있었다. 한 해 모든 메이저대회를 석권하기는 했지만 역시 서로 다른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진정한 의미의 그랜드슬래머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정확한 표현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서로 다른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처럼 메이저대회가 4개인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나 KLPGA 투어처럼 5개 메이저대회로 운영하는 시스템에서는 논란이 있었으나 5개 메이저 중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2개 메이저대회 시스템으로 시작해 3개 메이저대회로, 그리고 4개 메이저대회를 거쳐 결국 5개 메이저대회 시스템으로 정착이 된 KLPGA 투어에서는 아직 서로 다른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그랜드슬래머’가 단 한명도 없다. 시스템이 늦게 정착된 이유도 있지만 국내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증명된 톱랭커들이 미국이나 일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국내 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효주나 신지애 역시 주 활동 무대가 현재 미국과 일본이다.

<김효주. <사진 AFP연합뉴스>
하지만 2023년 드디어 KLPGA 투어 첫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탄생할 것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현재까지 3개의 메이저대회를 차지해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마지막 4번째 퍼즐만을 남겨둔 현역 골퍼는 김효주, 신지애, 전인지, 박민지, 장하나까지 모두 5명이다.

이들 중에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선수는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K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른 박민지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첫 메이저 퀸에 오른 박민지는 지난 해 KB금융 스타 챔피언십과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3개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박민지는 당시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문득 떠올랐다”며 “5개 메이저대회 중 3개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나머지 2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박민지가 올해 KLPGA 챔피언십이나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한다면 KLPGA 투어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다.

지난 해 KLPGA 챔피언십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최종일 79타를 치면서 무너져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서 놓친 김효주도 올해 다시 그랜드슬래머에 도전할 수 있다. 김효주도 한화클래식이나 KLPGA 챔피언십 중 하나의 타이틀이 더 필요하다. LPGA 투어에서 뛰는 김효주 입장에서는 일정 조정이 먼저 풀어야 할 숙제일 수 있다.

신지애 역시 일본과 한국 대회 일정 조정을 잘 해야 KLPGA 첫 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 한화클래식 둘 중 하나의 타이틀을 따야 한다.

전인지. <사진 AFP 연합뉴스>
LPGA 투어에서 뛰는 ‘메이저 퀸’ 전인지도 강력한 KLPGA 투어 첫 그랜드슬램 후보 중 한 명이다. 2013년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전인지는 2015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3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쌓았다. KLPGA 챔피언십이나 한화클래식 중 어느 하나의 타이틀을 더한다면 전인지도 첫 그랜드슬램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지난 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장하나도 3개의 서로 다른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선수다. 2012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013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우승을 일군 장하나는 2018년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3개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됐다. 장하나에게는 한국여자오픈이나 한화클래식 우승컵이 필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 중에서 반드시 첫 그랜드슬래머가 나오라는 법은 없다. 서로 다른 2개의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몰아치기 메이저 우승을 한다면 KLPGA 첫 그랜드슬래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임희정, 이정은6, 이다연 그리고 새신부 오지현 등이 후보들이다.

오태식기자(ots@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