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그 자체' 韓 에너지 정책…'그땐' 그랬고 '지금은' 이렇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윤석열정부가 최근 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내놓았다. 원전을 확대하고 석탄은 줄이며 신재생에너지는 현실적 보급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을 폐기 처분하고 원전 확대로 적극 나서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늦춘 게 특징이다.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스스로 자신들이 추진했던 정책을 거꾸로 뒤바꾸면서 일선 에너지업계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안에 ‘이랬다 저랬다’ 정책의 연속성이 보이지 않아 걱정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10차 전기본을 두고 언론이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 조정(단계적 하향)이 문제점으로 거론된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2021년 10월 마련된 ‘2030년 국제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탈원전 정책 기조 아래에서 하향식(Top-down)으로 설정된 실현가능성이 낮은 과다한 수치였다”며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과다한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는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에너지안보를 취약케 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실현가능성이 낮은 과다한 수치’라고 인정한 셈이다.
산업부는 2021년 10월 당시 NDC 상향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능할 것이냐는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탄소중립과 2030년 NDC 상향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하며 국제기구와 주요 선진국도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게 예상하는 상황”이라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2021년 ‘그때’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했고 2023년 ‘지금’은 “실현가능성이 낮은 과다한 수치”였다고 입장을 번복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져 버린 상황이다.
‘그때’와 ‘지금’의 확연한 입장 차이는 산업부가 내놓은 보도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2021년 10월 6일,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때 주요 내용은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비율을 2022년 12.5%→ 2026년까지 25.0%로 상향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랬던 산업부가 올해 1월 13일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하면서 이번에는 “RPS 비율을 2023년 13.0%에서 2026년 15%, 2030년 이후 25%”로 수정 발표했다. 1년 조금 넘은 기간에 수치가 10%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에너지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의 이 같은 일관성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정부 스스로 만들면서 업계에 충격까지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윤석열정부의 에너지 기본계획을 두고 비판적 시각을 내놓았다. 기후솔루션 측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되고 국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재생에너지를 야심차게 늘려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현재 태양광, 풍력 발전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에 머물러있는데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NDC에 따른 기존 목표인 30.2%보다 대폭 줄여 21.6%로 설정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대폭 줄면서 궁극적으로 기업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가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후 솔루션 측은 “전 세계가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가운데 오히려 산업부가 전기본을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제동을 걸어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기업들로부터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조달이 어려우니 국외로 나가라는 말이냐’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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