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나경원에 남긴 애잔한 편지…“후배 정치인에게 고언을 드린다”

“당락 떠나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았으면…무엇보다 나경원 의원 자신을 위해서”
김영환 충북지사, 전대 출마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 총 3가지 거론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친윤·반윤 갈등이 증폭되는 건 당·정부에 하등 도움 안 돼”
“지금 한 번 크게 생각하고 쉬어 가길 빈다…지금은 멀리보고 참는 게 개혁”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최근 대통령실과의 갈등으로 당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전 국회의원을 향해 "충북의 딸로 당대표가 되기를 속으로 성원해왔던 선배로서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후배 정치인에게 고언을 드린다"고 시작하는 장문의 편지를 남겼다.

김영환 지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기에 이르러서 당락을 떠나 나경원 전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나경원 의원 자신을 위해서"라고 운을 뗐다.

김 지사는 "우선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지금의 스탠스와 발언은 이미 윤석열 정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나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3가지"라고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이유를 짚었다.

그는 "첫째, 누가 먼저 요청했던 저출산위원회위원장과 기후변화대사는 현재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난제이고 최고로 중대한 문제다. 이 막중한 일을 반납하고 당대표에 나아가는 일에 신중했어야 했다"며 "둘째, 지금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친윤, 반윤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당과 정부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셋째,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나경원 의원의 지지자가 야당의 지지 위에 서게 됨으로써 나경원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더 큰 정치적 위기를 만나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 이준석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의 경로가 그것을 보여준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 번 크게 생각하고 쉬어 가길 빈다. 지금은 멀리보고 참는 것이 개혁"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원내에 들어가는 것을 권해 드린다. 아직도 나경원 의원의 구만리 미래는 휘황하다. 선당후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나 전 의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출마로 기울던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 과정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충돌하면서다. 나 전 의원은 전날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잠행에 들어갔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나 전 의원이 결국 출마할 것이란 의견과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아닌 게 확인된 이상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아침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만난 기자가 당권 도전 여부 등을 묻자 "할 말이 하나도 없다"고 짤막한 입장을 냈다. 아울러 나 전 의원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특보단 포럼 신년교례회'에 "당과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힘써달라"는 내용의 축사를 보냈지만, 직접 참석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