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 ‘불만의 겨울’…공공부문 잇딴 대규모 파업
두 나라 정부는 “요구 못 들어준다”
양측간의 갈등 당분간 지속될 전망
영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노동 조건 악화와 정부 연금 정책에 반대하는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두 나라 정부 모두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영국 간호사 수만명은 임금인상과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이틀 간의 파업을 시작했다. 간호사 노조의 대규모 파업은 지난해 12월 100여년 만에 처음 열린데 이어 이날이 두 번째다.
영국에서는 2010년 보수당 집권 이후 긴축 재정에 따른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 감소,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유럽 출신 간호 인력 유출,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인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여건이 크게 나빠졌다.
데이비드 헨디(34)는 로이터통신에 “간호사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간호사들은 죽을 고생을 했다. 내 동료가 코로나에 걸려 죽었고 나도 코로나에 세 번이나 걸렸다. 사기가 바닥이다”라고 말했다.
낮은 임금 수준도 간호사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12월 영국 물가상승률은 10.5%에 이른다. 식품과 음료 가격은 197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20년 경력 간호사 제니 지어스톤(42)은 “매달 근근이 버티고 있다. 자동차나 보일러 고장으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라도 생기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스티브 바클레이 보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간호사 노조 파업에 실망했다면서 정부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줄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철도, 우편, 보건 등 공공 부문 종사자들의 전방위적 파업이 벌어진 데 이어 다음달에는 더 큰 규모의 파업이 예고돼 있다. 전국 124개 정부기관 소속 공무원 10만여명이 다음달 1일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전국교육노조(NEU)도 2~3월 중 7일간 파업에 나선다. 간호사 노조도 다음달 6~7일 더 큰 규모의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다음달 6일에는 구급차 노조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간호사 노조와 구급차 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같은 날 파업을 하게 됐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비해 지난 10일 공공 부문 노조 파업시 최소 안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프랑스에서는 19일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벌어진다. 앞서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수령 최소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하자 파업과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19일 하루 동안 전국 220∼250개 지역에서 열리는 연금 개혁 반대 시위에 60만∼80만명이 참여할 전망이다.
공공 부문 노동자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지하철, 버스, 기차, 비행기 등 대중교통 운행이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파리에서는 파리교통공사(RATP)가 파업에 참여함에 따라 시내 지하철, 버스, 트램 등이 운행하지 않는다.
교사들의 75%가 파업에 참가하면서 일부 학교는 수업도 중단될 전망이다. 트럭 운전사, 배달 노동자, 정유업체 노동자, 영화관과 공연장 노동자, 은행 노동자들도 파업에 참여한다.
노조는 증세 등을 통해 연금 수령 연령 연장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연금 제도 개혁을 위한 증세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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