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전 동거녀 살해’ 이기영, 강도 살인 혐의 기소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2)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함께 살던 전 여자친구와 택시기사를 잇따라 살해한 이기영(32)에 강도살인죄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19일 ‘이기영 전 동거녀 및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기영에게 강도살인, 사체유기, 사체은닉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 경기 파주시에 있는 집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주검을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2월20일에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접촉사고가 난 60대 택시기사를 합의금 핑계로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뒤 주검을 옷장에 숨긴 혐의도 있다. 이기영은 전 여자친구에게서 8124만원, 택시기사에게 5557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경찰은 택시기사 살인에 대해서는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하면서 전 여자친구 살인에는 살인 혐의만 적용했다. 택시기사의 경우 살해 직후 돈을 편취하는 행위 등에서 강도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았지만, 전 여자친구 살해 시점은 명확하지 않아 살해 시점과 돈을 편취한 시간 차이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전 여자친구의 살해 시점을 8월3일 오후로 특정하며 강도살인으로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독극물을 검색한 시점이 8월3일 정오다. 같은 날 오후 피해자를 살해했고 유심 탈취, 카드 결제, 잔액 인출 등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 여자친구의 주검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백과 많은 간접 증거를 토대로 살인 인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기영이 범행 직전 ‘먹으면 죽는 농약’, ‘잡초 제거제 먹었을 때’ 등 인터넷에 독극물과 관련된 검색을 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살인에 계획성이 있었다고 본다. 이기영은 범행 이후 인터넷에 파주 변사체, 공릉천 물 흐름 방향 등을 여러 차례 검색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기영과 전 여자친구가 살던 집 안방에서 살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 혈흔이 발견된 점, 이 혈흔에서 나온 유전자 정보가 전 여자친구의 유전자 정보와 일치한다는 점 등도 검찰이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이유다. 검찰은 “그동안 증거에 의해서 주검이 없어도 공소유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검 없는 살해사건에서 유죄를 인정받은 다수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이기영의 자백이 있기 때문에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간접 증거는 이기영이 공판 중 진술을 번복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이기영의 택시기사 살인 행위에 대해서는 보복살인 혐의도 추가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